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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CEO가 뛴다] 조준희 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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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CEO가 뛴다] 조준희 기업은행장

입력
2012.01.1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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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인 3일 기업은행은 올해 순이익이 작년보다 4,000억원 감소할 거라고 자진 공시했다. 은행 측이 밝힌 순익감소 원인은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 저당권 설정비 은행 부담, 각종 수수료 인하, 중소기업 무료 컨설팅 등이다. 올해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해서 기업은행이 앞장 서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익이 감소하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사전에 공지한 것이었다. 작년의 높은 수익만을 보고 연초에 기업은행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에게 이런 계획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는 조준희 행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기업은행의 진솔한 신년 경영전망에 대해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차가웠다. 증권사들은 앞 다퉈 기업은행 목표주가를 대폭 낮춰 잡았다. "소액주주 가치보다 대주주인 정부 요구에 순응하는 국책은행 디스카운트가 부활했다"는 혹평과 함께.

"정말 섭섭합니다." 지난 9일 만난 조 행장의 첫 마디였다. "임기가 있는 은행장인데, 전들 이익이 줄어드는 게 좋겠습니까? 그래도 중소기업 지원 책무를 맡고 있는 기업은행이 중소기업들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조 행장은 당장 눈 앞의 이익만 보지 말고, 좀 길게 봐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주주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길게 보면 중소기업이 잘 돼야 기업은행도 잘 되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 등으로 대출 고객들이 더 몰리게 되면 순익이 더 늘어날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그는 요즘 은행들이 너나없이 내세우는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겠다"는 약속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저는 은행 지점에 이런 다짐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자칫하면 허풍에 그칠 수 있잖아요."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남발하는 건 어려운 중소기업인 가슴에 두 번 못을 박는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조 행장이 올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가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 학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해주는 '대학생 희망 프로젝트'. 최근 롯데 계열의 세븐일레븐, 롯데슈퍼와 함께 1,000가구에 1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기업은행이 대출을 해주면 세븐일레븐 등이 이자를 대신 내주는 방식이다. 조 행장은 이 프로젝트를 향후 기업은행의 체계적인 사업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그는 "대학생이 사회에 출발하기 전부터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막는 참 좋은 대출제도"라며 "이미 몇몇 대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고 밝혔다.

이런 아낌없는 지원과 공헌활동에도 기업은행은 올해 경영실적 면에서 여러 가지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예금 100조원, 대출 100조원, 그리고 자산 2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작년 1,000만명을 돌파한 개인고객은 올해도 100만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공중전화점포도 연내 1,000개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 행장은 "임기 중에 이런 대단한 기록들을 세우게 되니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기업은행이 살고 또 중소기업이 사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기인사에서도 파격적인 관행파괴가 있었다. 임원, 부ㆍ점장, 팀장, 행원까지 기업은행 전 직원의 20%에 달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 하루에 단행한 것. 조 행장은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장기간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인사 때문에 은행 분위기가 뒤숭숭했다"며 "인사 때문에 업무 공백이 생기는 걸 최소화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기업은행 창립 51주년. 조 행장은 기업은행의 새로운 50주년을 지탱할 초석을 다듬으며 "기업은행의 태종 이방원이 되겠다"는 평소의 다짐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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