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임박했다.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대주주인 사모펀드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인수를 승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임기 만료를 두 달여 앞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아졌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모두 마쳤으며, 설 연휴 이후 그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여길 만한 정황이 있지만 법 해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단정하긴 어렵다는 견해를 덧붙일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승인권자인 금융위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결론 나도 인수계약을 무효로 되돌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상법상 매매계약 취소가 가능한 기간이 지났고, 무효로 하려면 계약에 '누가 봐도 명백한' 문제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데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정된다 해도 보유 가능한 외환은행 지분을 10%에서 4%로 줄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다음달 중 성사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은 ▦인수ㆍ피인수회사의 재무건전성 ▦인수자금 조달의 적정성 ▦인수 후 사업계획의 타당성 ▦시장지배자 여부 등에서 특별히 문제 삼을 부분은 없다는 견해다. 당국 승인이 이뤄지면 하나금융은 곧바로 론스타에 대금을 납부하고 거래를 종결한다는 계획인데,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외환은행 매매거래 계약 유효기한은 다음달 29일까지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확정될 경우 김승유 회장의 거취도 드러날 전망이다. 업계에선 김 회장 연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지만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2일 열린 하나금융 경영발전보상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사외이사들은 인수 후 통합과정에 김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발위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 전 안건 사전조율 등 사실상 준(準)회추위 역할을 하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다. 일각에선 최근 김종열 사장의 사의 표명도 김 회장의 연임을 위한 포석일 거란 추측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 회장이 사퇴하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치자 김 사장이 대신 총대를 짊어진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하나금융 일부 이사들은 "김 회장이 외환은 인수 후 사임 뜻을 분명히 했다"며 사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슷하게 이사회가 사퇴의사를 밝힌 김 회장의 마음을 돌리는 형식으로 연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견해가 현재로선 더 많다.
하나금융 내부 규준은 등기이사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있다. 첫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연임할 때는 임기를 1년 단위로 연장토록 규정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05년 하나금융 출범 당시 회장직을 맡은 뒤 2008년과 2011년 3월 두 차례 연임했으며 올 3월까지가 임기다. 김 회장은 1943년 8월생으로 2013회계연도 말인 내년 3월까지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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