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어제 전당대회를 열고 통합 이후 첫 지도부로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이끌 한명숙 대표체제를 출범시켰다. 정당 사상 처음으로 시민참여 경선과 모바일 투표를 도입한 전당대회는 열기 속에 치러졌지만 이변은 없었다. 예상대로 한명숙 후보가 1위를 차지했고,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후보 순으로 득표해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문성근 후보 2위 약진은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선과 안철수 현상을 계기로 분출된 시민정치세력의 돌풍이 이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한 대표 체제의 출범 과정은 민주통합당에 여러 가지 가능성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통합을 성사시킨 데 이어 비교적 순탄하게 첫 지도부를 구성한 것은 4월 총선과 12월 대선까지 통합 에너지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다. 하지만 당내 비중이 커진 시민정치세력 등 이념과 성향이 다른 세력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총선 공천 개혁과 선거 연대, 야권후보 단일화 등을 이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당 쇄신과 새로운 정당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지만 한 대표체제의 발등의 불은 4월 총선 공천이다. 다짐대로 밀실 공천, 나눠먹기 공천 등 구태를 청산하는 공천혁명을 이룰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한나라당도 박근혜 비대위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공천개혁을 추진 중이어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숙제와는 별도로 민주통합당의 지도부 선출 과정은 정당정치와 대의민주주의에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할 만하다. 시민참여선거인단에 64만여 명의 일반시민이 신청했고, 이들의 대부분이 모바일 투표를 채택해 82.9%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시민참여 경선과 모바일 투표라는 혁명적 실험으로 정당의 높은 벽을 무너뜨리고 일반 시민에게 사실상 개방한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정당과 일반 시민간의 거리를 좁혀준 이 같은 흥행은 예비경선 과정의 돈봉투 살포 의혹 제기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의 전대 돈봉투 사태와 맞물려 돈봉투와 조직동원 구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시민참여 경선과 모바일 투표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시민참여 경선과 모바일 투표 확대가 결집력 있는 당원 중심의 정당에서 소속감 약한 일반 유권자 정당 정당정치의 새로운 위기라는 지적도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다. 민주통합당이 검토 중인 인터넷 정책당원제 도입 등을 통해 명실상부하게 기존 정당의 잘못된 관행과 비효율성을 대체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조성해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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