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치료제 시자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13년간 선두자리를 굳게 지켜온 '비아그라'가 5월이면 수명(특허)을 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무려 20여개 넘는 국내외 제약사들이 5월 비아그라 제네릭(복제약) 출시를 준비하며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비아그라는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가 1998년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 인기를 몰고 온 제품으로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연간 19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장점유율이 40% 안팎에 달하는 1위 품목으로, 연간 판매액이 300억~400억원대에 달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아그라의 주성분 '실데라필'의 물질특허는 5월17일 만료된다. 특허가 종료되면 신약으로 누렸던 권리는 끝이 나고 복제약 출시가 가능해지며 더불어 가격인하도 낮아지게 된다.
그런데 독점적 이익 향유가 어려워지자 화이자 측은 '용도특허'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물질이 남성발기부전 치료를 위해 쓰인다는 용도로서의 특허는 2014년 5월14일 만료된다는 것. 작년 8월 미국 법원에서 화이자의 용도특허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온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자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용도특허 무효소송을 특허심판원에 제기했다. 이 소송은 현재 특허법원에 계류 중인데, 업계에서는 비아그라 특허연장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물질이나 용도특허 중 하나가 만료되면 남은 특허도 자동 무효 처리되어 온 그 동안의 관례를 특허법원이 뒤집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5월18일부터는 비아그라 제네릭 의약품이 무더기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현재 비아그라 복제약의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승인을 신청한 국내 제약사는 22곳에 달한다. 여기에 다국적제약사인 한국산도스와 노바티스도 공동으로 제네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할 것을 예상해 기존의 알약형이 아닌 캐러멜처럼 녹여먹거나 씹어먹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준비중인 곳도 있다. 현재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이 씹어 먹는 비아그라를 개발중이며, 임상시험에도 착수한 상태다. 광동제약 등 일부 제약사는 필름형태의 녹여먹는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 제약사들이 앞다퉈 출사표를 던지는 건 이 시장이 빠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약 1,000억원대로 매년 10% 가량 성장하고 있으며, 여기에 '짝퉁'으로 불리는 지하시장까지 합치면 3,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비아그라 시장이 큰 나라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서구화된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 등으로 발기부전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아그라의 브랜드파워가 워낙 강한 것도 무시 못할 이유다. 워낙 대명사와도 같은 제품이라, 제약업계에서는 새 제품을 비아그라 제네릭으로 홍보할 경우 승산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동아제약 종근당 SK케미칼 중외제약 등 이미 발기부전치료제를 출시한 업체들마저도 비아그라 제네릭 개발에 관심을 보일 정도.
국내뿐아니라 해외시장도 고려대상이다. 특히 남미와 중동등발기부전 치료제 수요가 높은 시장이 공략 대상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들 지역에서는 발기부전치료제가 의약품이 아닌 '즐거운 성행위'를 위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어 폭넓은 소비자층에 판매될 수 있다"며"국내업체들도 서둘러시장 선점을 꾀하고 있는 상"이라고 전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