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광화문에 나갔다가 웬 사람들이 이렇게 바글바글 모였나 하고 봤더니 한우를 싸게 판다는 소식에 몰려든 인파였다.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이깟 손 시림과 발 시림이 무슨 대수이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간만에 내 식구 내 사람을 떠올려보는데 나도 참 별스럽지, 보고 싶은 이는 간데없고 씹고 싶은 고기만이 간절해지는 것이었다.
휴대폰에 저장된 ㄱ부터 이름을 죄다 검색하고 최근에 밥 한번 먹자던 이들의 문자메시지까지 싹 다 읽어봤지만 나는 벌써 그들에게 억지로 친절을 베푸는 가증스런 내 모습을 앞질러 상상하고 있었다. 역시 혼자여야 맘 편한 것이 장땡이라니까. 집에 가기 전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근처 고깃집을 찾아 들어갔다.
메뉴판이 왔고, 종업원이 내 옆에 섰고, 이것저것 부위와 신선도를 물은 뒤 채끝을 주문하려는데 어라,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 결국 '특'이 붙은 1만원짜리 갈비탕을 시킨 나, 대낮부터 소주와 맥주를 섞어 제조하는 저들만의 폭탄주를 흘깃거리며 밥을 먹으려니 일명 '홀로 굽기'가 생각났다.
일본에는 독서실 칸막이처럼 생긴 구조의 가게에서 홀로 고기를 구워먹는 문화가 신 트렌드라지.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용건을 마친 상대는 전화를 계속 끊으려 하는데 미련 맞게 전화기를 붙들고서 4일째 화장실 못 간 얘기까지 늘어놓는 걸 보니 혼자가 편하다던 나, 에라, 한 입 갖고 두 말이나 말지!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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