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에 사상 처음 재무부 출신이 임명됐다. 부처 통합 이후에도 남아있는 ‘출신 칸막이’를 깨 보려는 박재완 장관의 도전이지만 반발도 만만찮아 귀추가 주목된다.
재정부는 15일 신임 예산실장에 이석준(53)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6회로 옛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은행ㆍ증권제도과 등을 두루 거친 ‘금융통’이다. 예산 업무는 국장(행정ㆍ경제예산심의관) 경험이 전부지만 당시 보여준 업무 추진력과 박 장관의 의지가 맞물려 이번에 발탁됐다는 평가다.
매년 국가 예산을 짜는 막강 권한을 쥔 재정부 예산실장 자리는 그 동안 옛 EPB, 기획예산처 출신이 도맡아 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외부(금융위)에 나간 재무부 출신을 영입하는데 대해 내부 반발도 심했지만 박 장관이 끝까지 밀어 부쳤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재정부의 물리적 통합(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을 주도했던 박 장관이 이번에는 인사를 통해 ‘화학적 결합’까지 유도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새해 들어 재정부에서는 ‘박재완식 인사ㆍ조직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재정부는 조만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한 상황. 예산을 총괄하는 2차관 아래의 기획조정실을 경제정책ㆍ국제금융ㆍ세제를 총괄하는 1차관 산하로 옮기고, 각 부처 정책을 조율하는 정책조정국은 반대로 1차관 산하에서 2차관 밑으로 옮기는 등 조직 차원의 융합도 시도할 방침이다. 여기에 최근 1급 간부 3명이 뚜렷한 보직도 보장받지 못한 채 용퇴를 선언한 것도 조직 내부에선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편 재정부는 이날 신임 차관보에 주형환(51ㆍ행시 26회) 녹색성장위원회 녹색성장기획단장, 기획조정실장에 김규옥(51ㆍ행시 27회) 예산총괄심의관, 녹색성장기획단장에 유복환(53ㆍ행시 27회) 정책조정국장을 각각 내정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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