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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차에 스치듯 폭탄 부착… 영화처럼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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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차에 스치듯 폭탄 부착… 영화처럼 암살

입력
2012.01.1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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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아침 이란 수도 테헤란 북부 치자르 구역의 한 주택. 이란 나탄즈 우라늄농축시설 부소장인 화학자 모스타파 아마디 로샨(32ㆍ사진)은 출근 준비를 마치고 막 집을 나서는 참이었다. 인근 안가에서는 이스라엘 암살 요원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오전 8시께 로샨의 경호원이 은색 푸조405 승용차를 점검한 뒤 운전석에 오르자 로샨도 뒷자석에 자리를 잡았다. 치자르 구역 안가에 있는 이스라엘 감시조가 로샨이 탑승한 차량의 출발을 알렸다. 이내 암살조 지휘관의 마지막 명령이 떨어졌다.

8시 20분. 로샨의 승용차가 출근길 정체가 심한 골나비 거리를 지날 무렵 복면 차림의 괴한 두 명이 탄 오토바이가 차량으로 접근했다. 오토바이는 스치듯 자석형태의 플라스틱 폭탄을 차에 부착한 뒤 사라졌다. 9초 후 터진 폭탄과 함께 로샨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15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재구성한 이란 핵과학자 로샨 암살사건의 전모다. 이 소식통은 "첩보영화를 방불케하는 작전은 간단해 보이지만 이스라엘이 몇 달 동안 치밀한 정보수집을 거쳐 정예요원을 투입한 결과"라며 "로샨 사건에 나타난 징후들이 모든 면에서 이스라엘 암살 작전의 특징과 일치한다"고 전했다. 작전을 기획ㆍ실행한 주체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도 한 서방 소식통의 말을 빌려 "로샨 암살을 주도한 것은 모사드"라고 보도했다. 타임은 이전에 사망한 3명의 과학자 모두 모사드에게 암살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반면 이란 국영 IRNA통신은 14일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외무장관이 로샨 사건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영국에도 "영국 정보국 책임자가 이란을 상대로 정보 활동을 시작했다고 선언한 이후 이란 핵 과학자들이 연달아 살해됐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자국 과학자 암살의 배후가 좁혀지면서 이란 국내 여론은 들끓고 있다. 로샨의 장례식이 치러진 13일 수도 테헤란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몰려나와 "이스라엘과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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