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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황금알' 모터쇼 차이점… 북미·유럽선 레이싱걸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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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황금알' 모터쇼 차이점… 북미·유럽선 레이싱걸 볼 수 없다

입력
2012.01.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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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글로벌 오토쇼'(일명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는 지금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 서부의 오클랜드 등 다른 도시들이 "디트로이트는 행사장이 좁고 시설이 낡은데다 전기 통신 등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며 모터쇼 개최지 이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것. 이에 디트로이트는 2억7,900만 달러를 투입해 행사장(코보 센터)을 리노베이션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다른 도시들이 모터쇼를 노리는 이유는 한가지, 그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모터쇼 개최로 생기는 부가가치는 5년간 무려 17억5,000만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한 해에도 전 세계에서는 수 백 개의 크고 작은 모터쇼가 열린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만 수천 만명에 달한다. 자동차 매니아들만 모터쇼에 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모터쇼는 자동차 업체들에겐 앞선 기술과 완성차를 선보이는 기회지만, 관람객들에겐 그 자체가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은 볼거리이다.

세계 첫 모터쇼는 1897년 독일 베를린의 브리스톨 호텔에 자동차 8대를 전시한 것이었다. 자동차를 즐기는 유럽의 부잣집 도련님들이 중심이 돼 산업박람회(엑스포) 현장에 눈요기 거리로 차를 전시하기 시작했던 것이 시초다. 이듬 해 프랑스에서도 자동차 클럽 회원들이 모여 비슷한 전시행사를 가졌는데, 이후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오늘날 파리모터쇼가 됐다. 1899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 1903년 시카고 모터쇼와 영국 버밍엄 모터쇼가 열리는 등 북미, 유럽 국가들이 너나 없이 모터쇼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수많은 모터쇼 가운데 현재 ▦프랑크푸르트 ▦디트로이트 ▦제네바 ▦파리 ▦도쿄에서 열리는 모터쇼를 세계 5대 모터쇼로 일컫는다. 하지만 쇠락하는 일본경제의 영향으로 명성을 잃어가는 도쿄 모터쇼는 대신, 최대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베이징 모터쇼나 상하이 모터쇼가 머지 않아 5대 모터쇼의 한 자리를 꿰찰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열린 도쿄 모터쇼에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참가하지 않은 반면 4월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는 자동차 메이커를 비롯해 부품 회사 등 2,000개 넘는 회사가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모터쇼는 그 나라 경제와 자동차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각각의 모터쇼는 나름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매년 가장 먼저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한 해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예고편 성격이 짙다. 3월의 제네바 모터쇼는 유일하게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특정 국가나 특정 메이커에 쏠리지 않는 객관성과 중립성이 강점이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역시 독일답게 자동차 기술이 강조되는 반면, 파리모터쇼 역시 프랑스답게 자동차의 스타일과 디자인이 돋보인다.

아시아권 모터쇼는 또 다르다. 현대차그룹 계열 이노션의 송정준 프로모션본부장은 "북미나 유럽의 모터쇼는 관람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아시아권 모터쇼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끌어 모으느냐가 중심이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모터쇼에 미니스커트 차림의 레이싱 모델을 처음 등장시킨 곳도 도쿄 모터쇼였고, 이후 서울모터쇼, 베이징ㆍ상하이 모터쇼도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 반면 북미와 유럽의 모터쇼에선 섹시컨셉의 레이싱걸들을 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선 서울과 부산에서 모터쇼가 매년 열리지만, 규모나 내용 모두 갈 길이 멀다. 현대ㆍ기아차가 세계 '빅5'로 발돋움한 만큼, 이젠 우리나라도 그에 걸 맞는 모터쇼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손님 끌기'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 본부장은 "대부분 회사들이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로 새 차를 공개하는 것) 등 주요 행사를 중국 모터쇼에서 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도 같은 식의 행사를 하는 것은 무리"라며 "전기차 모터쇼 같은 뭔가 특별한 주제를 강조하는 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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