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측의 자금 관리를 총괄해 고명진 보좌관에게 고승덕 의원 사무실에 돈 봉투를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이 사흘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조 비서관이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도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3일 조 비서관의 사무실이 있는 국회 본청 327호실에는 6명 정도의 비서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조 비서관의 모습은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았다.
정책수석비서관실 관계자는 조 비서관의 소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재실 중이 아니다. 평상시에 오전 7시30분에 항상 출근하는데 지금은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의장은 정치권의 의장직 사퇴 및 조기 귀국 압박에도 불구하고 11일 간의 아시아 5개국 순방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고 18일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의장 측은 이날 "박 의장은 아제르바이젠에서 대통령 예방과 상ㆍ하원 의장 면담 등을 통해 자원 외교를 하고 있다"며 "18일 공항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박 의장의 언급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박 의장이 해외 순방을 계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국회의장이 장기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외교 일정이 끝나는 대로 가능한 조속히 귀국해 적절한 대응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귀국한 뒤 의장직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다만 황 원내대표는 "박 의장은 국가와 입법부를 대표해 일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국익의 편에 서서 며칠 기다리자"면서 "순조로운 순방을 마무리하고 국내 문제 해결에 나서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의 조기 귀국까지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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