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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넥스트 컨버전스' 세계 경제 풍요의 세기가 도래한다?

입력
2012.01.1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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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컨버전스/마이클 스펜스 지음·이현주 옮김/리더스북 발행·464쪽·2만원

지금의 동서양의 경제는 자본주의 역사가 시작된 18세기와 정확히 대조를 이룬다. 유럽과 미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처한 반면 중국과 인도의 경제는 세계 경제패권을 거머쥘 기세로 고속성장하고 있다.

2001년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공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마이클 스펜스 뉴욕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나뉘던 세상은 점차 하나로 모아지고(converging) 있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고도성장하는 신흥국과 성장의 정체국면에 있는 선진국이 한곳으로 수렴하며, 세계 인구의 60%가 풍요의 세계에 접어드는 ‘넥스트 컨버전스(Next convergence)’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 각지에서 경제위기,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시위가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이 상황에서도 꿋꿋이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앞으로 반세기는 지구촌 모두가 잘사는 ‘공영(共榮)혁명’의 시대가 될 거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1950년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50년의 세계 경제사를 정리하고, 다시 50년을 예측하며 “50년 뒤면 세계 인구의 75% 이상이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소비 및 에너지 사용량 또한 증가하는 선진국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자본주의 역사가 시작된 1750년부터 1950년대까지는 ‘분리의 시대’였다. 1950년 7억5,000만 명은 산업화된 국가에서, 나머지 40억 명은 뒤처진 나라에서 살았다. 이런 세계경제 구도가 급속도로 변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다. 일본과 브라질은 성장을 가속화해 지속적인 고도성장 패턴을 보였고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경제가 그 뒤를 이었다. 태국, 인도네시아, 보츠나와, 오만 등 국가들이 확장 패턴에 합류했고, 중국, 인도, 베트남이 마지막으로 고도성장 패턴에 진입했다. 선진국이 고만고만한 성장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신흥국들은 대개 연평균 7%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소득과 생산력은 10년마다 두 배씩 늘었다.

저자는 이 신흥국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세계경제 출범’으로 진단한다. ‘즉 국가 간 재화와 용역의 교환이 가능해지고, 자본흐름이 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과 기술이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저자의 전공은 정보경제학. 정보가 경제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학문으로 1950년대 이후 개도국의 성장 동력에 세계경제 출범으로 인해 제1세계로부터 정보, 지식의 습득이 쉬워진 현상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한다.

앞으로 50년 뒤의 세계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미국이나 중국, 인도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나누는 차이가 그리 크지 않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세계의 국내총생산에서 개도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 데는 10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250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을 통한 공진으로 수렴하고 있으며 개도국의 성장은 전세계 모든 이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이런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네 발 같은 조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말해 장밋빛이 실현되려면, 개도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발하는 무수히 많은 동기들이 필요하다. ‘국가의 리더십, 통치방식, 제도, 정치를 비롯해 이런 요인들의 상호작용’과 다음 세대가 지금 세대보다 잘 살 수 있다는 믿음, 일정한 경제 패턴을 깨뜨려 지속 가능한 새 성장 패턴을 구축하는 혁신이다. 과학, 공학, 사회과학과 경영학의 발전 같은 경제 외적 요인도 필요하다. 우리 경제 주체들이 한국판 서문에 붙인 저자의 립 서비스(“한국 기업들은 세계적 브랜드 개발에 투자했고, 제품 연구에 있어 최강의 국가가 됐다”)보다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400여 쪽의 두툼한 책이지만, 유려한 문장과 경제학자 특유의 간결한 정리 덕분에 잘 읽힌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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