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의 돈 봉투 살포 파문으로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섰다. 이번 파문을 통해 구주류 세력을 약화시키고 강력한 쇄신을 추진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전체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돼 총선 악재가 되고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박 위원장은 내우외환을 극복하기 위해 정면돌파 전략을 택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13일 "지금 한나라당이 겪고 있는 위기는 과거의 모든 구태와 단절하고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전략에 따른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겨울이 추워야 이듬해 풍년이라는 말이 있고, 혹한이 아주 혹독할수록 땅 속의 해충이 다 죽어서 농작물이 잘 자란다"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지난달 비상대책위 출범 이후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등 악재들이 연달아 당을 강타한 데 이어 쇄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확산되면서 "박 위원장이 상처만 입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런 점을 의식한 박 위원장은 이날 "민심의 찬 바람 앞에서 우리가 숨을 게 아니라, 국민 앞에 약속한 쇄신의 길을 한눈 팔지 말고 가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해 최선을 다하자"고 역설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충남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세종시 건설과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거론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한 끝에 약속이 실천되는 뜻 깊은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충남에 올 때면 약속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날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 박 위원장과 나란히 참석해 "저는 친박(親朴)도 반박(反朴)도 아니고, 애국의 길이 있다면 목숨도 바칠 각오가 돼 있다"면서 "박 위원장을 중심으로 쇄신과 단결, 소통과 협력을 통해 4월11일 큰 승리를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덕담을 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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