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최빈국의 하나인 방글라데시 오지에서 10년간 사랑의 의술을 펼쳐온 꼬람똘라병원 박무열(46)원장이 사단법인 이태석기념사업회가 주는 제1회 이태석봉사상을 13일 수상했다.
박 원장이 방글라데시 오지로 떠난 것은 2002년. 인제대 의대를 거쳐 군의관 생활을 마친 뒤 의사로서 안정된 삶을 뒤로 한 채 학생 때부터 생각해왔던 의료봉사의 길에 나선 것이다.
그는 어린 두 자녀와 부인 등 가족과 함께 10년간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현지 환자들을 위해 3,000여 차례에 걸친 수술을 도맡아왔다.
꼬람똘라병원 사전엔 과잉진료나 고가치료는 찾아볼 수 없다. 꼭 필요한 양질의 진료를 하는 병원으로 소문나면서 환자들이 몰리고 있고,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큰 인기다.
박 원장은 2004년 현지에서 폐교 위기에 처한 초등학교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빠라텍초등학교를 인수, 교육봉사도 하고 있다. 책걸상을 직접 만들고 교실 페인트칠까지 하면서 빠라텍초교를 교사 5명에 유치부에서 초등 5학년까지 6개 학년 100여 학생이 공부하는 반듯한 학교로 만들어 놓았다.
또 2008년부터는 현지 고아나 편부모 어린이 등을 위한 글로벌 호스텔을 설립해 6~14세 24명의 어린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호스텔과 멀리 떨어진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을 위해 부속학교 설립도 추진중이다.
박 원장은 2010년 10월 병원을 찾은 5세 여자 어린이 다만나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다만나는 장작불이 옷에 옮겨 붙어 화상을 입었으나 9개월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목과 겨드랑이, 가슴, 얼굴, 팔 등이 한데 붙은 상태로 병원에 왔다. 목과 팔을 분리하는 것 부터 손가락을 펴는 수술, 겨드랑이와 가슴을 분리하는 수술 등 지금까지 모두 5차례의 수술을 했지만 아직도 몇 차례 더 추가 수술이 필요한 상태다.
박 원장은 “다만나의 경우 계속 자라고 있어 18세가 될 때까지 추가 수술을 해야 한다”며 “현지인들조차 외면하던 환자가 조금씩 신체 기능을 회복하면서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태석 기념사업회는 부산이 고향인 고 이태석 신부의 고귀한 뜻을 받들기 위해 지난해 7월 부산에서 설립됐다.
박 원장은 “이태석 신부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데도 큰 상을 받게 돼 부끄럽다”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힘을 나눈다면 가난하고 병든 이웃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태석봉사상 시상식이 열린 부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는 고 이태석 신부의 2주기 추도식도 함께 거행됐다. 추도식에선 고인의 동영상 상영, 이해인 수녀의 추모시 낭독, 추모노래 공연 등이 진행됐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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