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전자의 가전제품 가격담합 사실이 또다시 드러났다. 국내 가전시장에서의 점유율이 90% 이상인 두 회사가 짜고 세탁기와 TV, 노트북PC 등의 가격을 부당하게 올려 받아 소비자를 등쳐먹은 셈이다.
세탁기는 싸고 쓸 만한 제품을 단종시키고 신제품 가격을 함께 올렸다. 하이마트나 전자랜드 같은 양판ㆍ할인점에선 합의 하에 판촉 혜택으로 제공하던 상품권이나 에누리를 대폭 줄이는 식으로 평판TV 등의 가격을 올렸다. 신제품 노트북의 출시가격을 담합했고, 140종에 달하는 노트북 가격인상에도 보조를 맞췄다.
두 회사의 담합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에도 광주교육청 등에 에어컨과 TV를 납품하면서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200여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과 공급량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가격 담합은 자유경쟁체제에서 소비자가 보다 싼 값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공급자가 부당하게 원천 차단하는 반시장적 범죄다. 하지만 처벌은 미흡하다. 이번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회사에 각각 258억원, 188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담합 자진신고 과징금 감면제(리니언시)에 따라 LG는 과징금이 전액 면제되고 삼성은 절반만 내면 된다. 공정위는 상습 담합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턴 5년 내 재범을 할 경우 자진신고를 해도 리니언시 적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과징금 부과율 인상 및 관련자 형사처벌, 소비자 손해배상 청구제 도입 등 보다 실효적인 처벌 방안이 도입돼야 할 것이다.
한국 대표기업인 두 회사의 부도덕한 영업비리는 그 해악이 비단 소비자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극단적 경제 양극화에 따른 반기업, 반재벌 정서를 고착화함으로써 사회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우려가 크다. 두 회사는 근년 들어 '사회 책임'과 '정도 경영'을 내세우며 건전한 사회적 역할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부도덕한 재벌'이라는 통념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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