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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미국 소설 속 연쇄살인마들 고향은 19세기 감상주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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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미국 소설 속 연쇄살인마들 고향은 19세기 감상주의 소설

입력
2012.01.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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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레너드 카수토 지음·김재성 옮김/뮤진트리 발행·504쪽·2만5,000원

미국의 범죄 드라마, 할리우드 영화 등에서 보듯 냉혹한 연쇄살인범에 대한 이야기가 왜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 걸까. 최악의 연쇄살인범으로 꼽히는 <양들의 침묵> 의 한니발 렉터란 캐릭터는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는 영화나 드라마로 다양하게 뻗어나간 20세기 미국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의 진화과정을 추적한 책. '달걀을 완숙하다'는 뜻의 '하드보일드hard-boiled'는 미국문학에서 감정을 배제한 채 무심한 사실만을 기술하는 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등장했다가, 1920~30년대 B급 범죄소설에서 '감정이 배제된' '냉혹한' '비정한'이란 의미가 겹쳐졌다. 이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두 캐릭터는 <몰타의 매> 의 샘 스페이드 같은 터프가이 형사와 연쇄살인마. 저자인 레너드 카수토 미국 포드햄대 교수는 20세기 범죄소설 전반을 훑으며 이 두 계보의 근원을 파헤쳐 나간다.

저자의 주장은 남성적 세계를 표상하는 하드보일드 영웅이 실은 19세기 백인 중산층 여성들이 즐겨 읽던 가정적이고 여성적인 감상주의 소설에서 기원했다는 것이다. 연민과 자기 희생을 지나칠 정도로 찬미하는 감성주의 소설은 얼핏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개인주의의 하드보일드 소설과는 천적지간. 그러나 두 소설은 가족의 가치라는 중산층 가정의 이상(理想)을 공유, 한 뿌리에서 갈라진 가지라는 주장이다. 두 소설의 표면적 대립은 자본주의로 형성된 시장-가정의 분열 틀에 따른 것인데,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 에서는 시장에서의 자기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반면, <도덕감정론> 에선 사적 영역에서의 선행을 강조하는 것이 이 분열의 원형 격.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에 <국부론> 의 시각이 깔려 있다면, 감상주의 소설은 <도덕감정론> 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가족적 이상을 내장한 범죄소설은 가상의 이상화된 가족을 노리는 가상의 연쇄살인범을 등장시키고, 이에 맞서는 터프가이 형사는 가장 열성적인 가족의 수호자로서 진화해왔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B급으로 취급돼온 장르문학을 사회 전반의 문화를 통찰하는 원천으로 보는 최근 비평계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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