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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김장훈이어 이경규도 공황장애… 연예계 '패닉' 일반인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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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김장훈이어 이경규도 공황장애… 연예계 '패닉' 일반인 '철렁'

입력
2012.01.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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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 6월 30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생물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토론이 열렸다.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쓴 을 둘러싸고 진화론자와 신학자들이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인 다윈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여러 학자들은 그가 공황장애(panic disorder)를 앓고 있었던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가수 김장훈에 이어 최근 개그맨 이경규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처럼 연예인 등 유명인의 고백 때나 일시적으로 관심이 쏠리지만, 사실 공황장애는 의외로 많다. 의료계는 국내에서만 약 40만~60만명이 공황장애를 앓는 것으로 보고 있다.

100명 중 4명이 공황 경험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가 일생 동안 한번은 공황증상을 느낀다. 갑상선 기능이 지나치게 활발해지거나 떨어지는 갑상선장애의 유병률과 얼추 비슷하다. 공황증상은 너무 불안하고 무서워 전엔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일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불안이나 긴장과는 다르다. 정상적으로 생기는 불안감이나 긴장감은 이유나 대상이 확실하지만, 공황은 실제로 그럴 만한 일이 닥치지 않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나타난다.

공황증상이 어지럽거나 뒷목이 뻣뻣해지거나 맥박이 빨라지거나 손발이 떨리는 등의 신체적인 변화와 함께 느닷없이 기습적으로 닥치면 공황발작이라고 부른다. 심하면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 때문에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한다.

그러나 일회성 공황발작만으로 공황장애 진단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공황발작이 여러 차례 반복되거나, 또 공황발작이 올까 봐 계속 걱정하거나, 공황 때문에 다른 일을 못하는 상황이 적어도 한 달 이상 지속되면 비로소 공황장애라고 진단된다.

전문의들이 꼽는 가장 흔한 원인은 스트레스다. 연예인뿐 아니라 역사 속 많은 유명인이 공황장애를 겪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늘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고 완벽해야 하고 인기나 유명세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보통 사람들이 겪는 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만들고, 그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견디다 못해 공황발작 형태로 폭발한다는 것이다. 육체적인 피로나 끔찍했던 사고 경험도 비슷한 상황을 만든다.

공황발작을 경험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미칠 것 같다, 죽을 것 같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실제로 생명이 위험해지진 않는다. 발작 순간만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진다. 기분이 항상 처져 있고 의욕을 상실해 아예 일손을 놓게 되는 우울증에 비하면 별 티가 안 난다. 그러니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혼자 끙끙 앓으며 병을 키우기 일쑤다. 하지만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인내심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약물, 인지, 행동치료로 극복

공황증상에 대해 그저 유난히 마음이 약한 사람이 겪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호경 교수는 "공황장애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뇌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상 반응"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스 역시 그런 이상 반응을 유도하는 부수적인 요인에 불과할 뿐 주원인은 뇌에 있다"는 것이다.

불안이나 긴장, 공포 같은 감정은 척수에서 나와 가슴, 허리로 퍼져 있는 교감신경계가 만들어낸다. 목과 등뼈에 분포하는 부교감신경은 지나치게 활발해진 교감신경을 억제해 감정을 억눌러준다. 뇌 속 청반핵이란 영역이 이런 균형이 잘 이뤄지도록 조절하는데, 공황발작은 바로 이 청반핵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같은 약으로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항우울제는 예방효과가 있고 항불안제는 바로 불안을 감소시켜준다"며 "8~12개월 가량 꾸준히 약물치료를 하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은 약 복용과 함께 인지치료나 행동치료를 병행한다. 윤 교수는 "공황장애는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불안해할 상황이 아닌데 막연한 공포를 느끼는 인지적 왜곡상태"라며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중요한 치료과정"이라고 말했다.

공황장애 환자는 광장공포증이나 폐소공포증을 함께 겪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나 달리는 차 안 같은 막힌 공간에 있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행동치료는 일부러 이런 상황에 환자를 노출시키고 서서히 단계적으로 적응해가도록 훈련하는 방법이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강은호 교수는 "이들 치료를 체계적으로 받으면 충분히 공황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병적 불안에 시달렸던 인물들 >>

과학자 정치인 연예인 소설가 등 많은 유명인들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에 떨었다. 공황장애 무대공포증 광장공포증 등 병적 불안의 유형은 다양하다. 이들 모두 폭넓은 의미의 불안장애에 속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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