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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UAE 원전·한미 FTA…위키리크스가 폭로한 '한국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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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UAE 원전·한미 FTA…위키리크스가 폭로한 '한국의 비밀'

입력
2012.01.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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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김용진 지음/개마고원 발행·400쪽·1만6,000원

정보 공개 사이트로 이름난 '위키리크스'가 지난해 9월 폭로한 미국 외교 전문 25만건 중 한국 관련 내용을 추려 정리한 책이다. 주한 미대사관이 작성해서 본국 국무부에 보낸 비밀전문 1,980건을 분석했다. 2006년 이전의 10건을 빼곤 모두 2006년 1월부터 2010년 2월 말 사이에 작성된 최근 자료들이다.

이 책은 건강에 해롭다. 배신감과 분노가 밀어닥칠 게 뻔하니까. 참 많이도 속았구나, 하고 깨닫는 게 유쾌할 리 없다. 권력이 감춰온 비밀, 그 음침한 장막 속에서 이뤄진 뒷거래, 거기에 속아온 국민, 이를 외면하거나 심지어 방조해온 언론, 미국을 위해 기꺼이 정보원 노릇을 한 고위 관료들. 생각하면 기가 찰 노릇이다.

미국이 한국을 얼마나 치밀하게 관찰하고 주도 면밀하게 개입해 왔는지 보여주는 이 문건들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 아프간 파병,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독도 문제, 론스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최근 한국에서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을 빠짐없이 망라한다. 이 방대한 자료 중 언론에 보도된 것은 극히 일부다. 그것도 피상적으로 알려졌다. KBS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저자가 이 책을 쓴 연유다. 정부 공식 발표나 언론 보도에는 나오지 않는 '진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이 이명박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한 번 보자. 대선 당일 출구조사 직후 주한 미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전문은 이 대통령에 대해 "국법을 느슨하게 해석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평가했다. 그 '느슨한' 삶은 대통령 후보 시절 불거진 BBK 의혹부터 최근의 내곡동 사저 논란까지 내내 이어지고 있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 세계 지도자 중 친미 대통령 1위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 25만건 중 '매우 친미적인 대통령'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문서는 3건인데, 모두 이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이 대통령이 '입술이 부르트도록'(2010년 신년 연설) 뛰어서, 현지로 직접 날아가 막판 뒤집기로 따냈다고 자랑한 UAE 원전 수주가 실은 진작에 확정된 것이었다는 내용도 있다. 당시 대통령의 '쇼'와 이를 격찬한 언론 보도를 돌이켜 보면, 웃음조차 안 나온다.

최근 5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책이라 현 정부를 욕하게 만드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꼭 현 정부만의 일도 아니다. 저자는 "모든 권력은 기본적으로 기만ㆍ위선ㆍ은폐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국민이 깨어 있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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