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운전사가 전하는 에세이 '길 위의 禪'
템플스테이 in 택시/ 브라이언 헤이콕 지음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택시를 타면 으레 듣는 이 말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늘상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과연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내 인생이 무언가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될 줄 알았다'는 저자는 환경운동을 하다 파산 후 궁지에 몰려 운전대를 잡은 미국인 택시기사다. 다시 비영리단체로 돌아갔지만 길 위에서 맞닥뜨린 그때의 경험과 사색을 불교의 선(禪)수행과 접목해 철학 에세이로 묶어냈다.
어느날 짧은 강의를 듣고 불교에 심취하게 됐다는 그는 한국의 숭산 스님이 쓴 <선의 나침반> 을 택시에 싣고 다닐 정도로 선에 몰두했다. 일주일에 90시간씩 운전을 하는 빠듯한 생활에 선문답도 제대로 하기 어려웠지만, 대신 틈틈이 수행을 하고 사람들과 부딪치며 깨달음을 얻었다. 때문에 불교의 수행법인 팔정도(八正道)와 십중계(十重戒)를 소개하는 글이 하나도 딱딱하지 않다. 삶의 고통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왜 나는 끊임없이 집착하는가, 혈당과 칼로리가 넘치는 곳에서 선수행 하기, 마음 청소 등 자신의 생활을 기반으로 불교적 사상을 풀어가 더 흥미롭다. 리더스북ㆍ286쪽ㆍ1만4,000원. 선의>
채지은기자 cje@hk.co.kr
■ 목숨 걸고 직언도 불사했던 조선의 선비들
직신 /고제건 지음
"전하, 언로를 활짝 여시고 신하들의 바른 의견을 들으십시오." 율곡 이이는 어린 나이에 권력의 기반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왕위에 오른 선조에게 개혁군주로 거듭나기를 직간했다. 퇴계 이황과 동시대에 살았던 남명 조식은 상소문에서 문정왕후를 궁중의 과부로, 임금을 고아로 표현하는 등 직설화법을 통해 조정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조선왕조실록을 펼치면 임금의 잘못을 비판하는 신하의 직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왕조가 500년간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오만하고 우매한 왕과 선비들 속에서 용감한 신하들이 목숨을 걸고 올바른 말을 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조선인물열전> <조선사회연구> 등을 펴낸 저자는 '죽음도 불사했던 강직한 선비들'이라는 부제로 총 13인의 조선시대 직신(直臣)을 소개한다. 이황, 이익, 김시습, 정약용, 박지원 등 임금과 나라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권력이 쇠하자 비로소 말들이 넘쳐나는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한 인물당 20쪽 내외의 짤막하고 압축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쉽게 읽힌다. 리드잇ㆍ252쪽ㆍ1만 4,300원. 조선사회연구> 조선인물열전>
고경석기자 kave@hk.co.kr
■ 21세기 서막을 연 20세기의 과학자들
과학의 천재들 /앨런 라이트먼 지음
물리 화학 생물. 학창시절 골치깨나 썩힌 과목들이다. 많은 학생들이 도대체 이 어려운 걸 왜 배우냐며 투덜댄다. 이유는 명료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어서다. 이 책은 20세기를 산 물리학자 화학자 생물학자들이 어떻게 20세기와 다른 21세기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물리학자를 환원주의자라고 말한다. 커다란 건물을 벽돌과 시멘트로 조각 내고, 그걸 구성하는 미세한 입자까지 들여다봐야 직성이 풀린다. 생물학자는 경험주의자다. 생명체를 있는 그대로 직접 보고 관찰하고 이해해야 한다. 화학자는 이 둘의 중간이다.
책에는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발견 25가지가 담겨 있다. 원자핵 발견은 양자모형 발견으로, X선 회절법 발견은 DNA 구조 발견으로 이어지며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꿔놓았다. 이 과학자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독립적 사고다. 기존 지식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탐구했다는 것이다. 내용도 분량도 만만치 않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물리 화학 생물이 왜 필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박미용 옮김. 다산북스ㆍ820쪽ㆍ3만3,000원.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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