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인의 성공과 인생 스토리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 책 등이 서구권 국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의 삶을 그린 영화 '더 레이디(The Lady)'를 비롯해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의 전기 영화 '철의 여인(The Iron Lady)',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책을 마구 흔드는 그의 부인 미셸의 백악관 막후를 묘사한 책 '오바마가(The Obamas)' 등이 새해부터 화제를 부르는 것들이다. 덴마크에서는 지난해 9월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한 것을 계기로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 총리를 그린 드라마 '여총리 비르기트(Borgeon)'가 선풍적인 인기다.
'더 레이디'는 프랑스 출신 뤽 베송 감독이 연출하고 홍콩 스타 배우인 량쯔충(楊紫瓊·양자경)이 주인공을 맡아 화제가 됐다. '철의 여인'은 대처 전 총리를 치매에 걸린 노인으로 비하했다는 측근들의 주장과 미화했다는 비판 등 양측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10일 출간된 '오바마가'는 미셸 여사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출간 전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여총리 비르기트'시즌 1은 2010년 덴마크에서 시청률 53%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올해 시즌3이 제작될 예정이다. 전편은 영국서 방영중이며 올해 미국에서 리메이크된다.
이들 성공한 여성 정치인들은 미디어에서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남성 정치인과 달리 여성 정치인은 태도나 의상 등의 측면에서 정형화된 스타일이 없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공한 남성 정치인은 약삭빠르고, 경쟁자들과 적대적 관계를 즐긴다. 또 자신감 있고, 확신에 찬 태도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일을 추진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여성 정치인은 다르다. '더 레이디'의 수치 여사는 현실에서도 강철난초(Steel Orchid)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영국인 남편과의 러브스토리에 너무 치중해 정치적 역정은 가려졌다는 비판이 있다. '철의 여인'속 대처는 소신대로 밀어붙이는 완고한 성격으로 권력을 거머쥐지만, 반대로 이런 꺾이지 않는 소신 때문에 퇴진을 초래하기도 한다. 실제 대처 전 총리의 정치 역정과 흡사하다. '오바마가' 미셸은 정치인은 아니지만 남편인 대통령의 정책을 움직이며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과도 사사건건 충돌하는 막후 실세로 표현된다.
드라마 '여총리 비르기트'의 주인공 비르기트 뉘보르는 일처리에 그다지 확신은 없으나 재치를 발휘해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가디언은 "미디어 속 여성 정치인들은 정형화된 모습을 벗어나 나름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진진하다"고 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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