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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성장의 한계' 빛바랜 신자유주의… 지속 가능한 사회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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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성장의 한계' 빛바랜 신자유주의… 지속 가능한 사회가 답이다

입력
2012.01.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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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한계/도넬라 메도즈, 데니스 메도즈, 요르겐 랜더스 지음ㆍ김병순 옮김/갈라파고스 발행ㆍ488쪽ㆍ2만3,000원

1987년 유엔은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미래 세대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착한 성장'을 하자는 얘기다. 그런데 정작 1980년대엔 자율경쟁과 성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로 번졌다.

성장은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다. 선진국에선 성장이 고용과 기술 발전을 이뤄준다고 믿었다. 개발도상국은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성장으로 얻은 부(富)가 하층민에게로 흘러들 거라 여겼다. 낙수효과를 바라보는 장밋빛 환상에 빠져 복지에 대한 요구는 배부른 소리쯤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하루 평균 1달러도 안 되는 소득으로 먹고 산다.

2000년대 후반, 위기에 빠진 성장론은 옷을 바꿔 입으려 했다. 성장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경제시스템을 혁신하자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그 일례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실행되기도 전에 금융자본의 탐욕이 몰고 온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쓸었고, '1%의 가진 자를 향한 99%의 반격'이란 구호를 든 시위가 신자유주의의 심장인 월스트리트를 떠들썩하게 했다.

<성장의 한계> 는 이런 오늘날을 '한계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말 그대로 신자유주의적 성장은 한계를 드러냈다. 고속 성장을 위한 자원 사용, 토지 개발, 산림 벌채 등 자연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생태발자국)은 이미 지구가 견뎌낼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었다. 2007년 기준 인류의 생태발자국은 1.5다. 지구의 수용능력보다 1.5배 많은 짐을 지우고 있단 얘기다.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인구도 부담이다. 한정된 공간인 지구에서 지금과 같은 성장 방식은 지속되기 힘들다.

저자는 지구의 수용능력을 초과한 인류에게 남은 길은 두 가지라고 말한다. 자원부족과 환경오염 등 거듭되는 위기로 붕괴의 길을 걷느냐, 생태발자국을 강제로 줄일 것이냐. 그러면서 제시하는 게 '지속 가능한 사회'다. 여기서는 재화의 양적 확대가 아닌, 사회의 질적 발전을 성장의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선 인구의 증가 속도를 늦추고,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같은 물건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환경에 덜 해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고, 재화를 생산해 얻은 이익은 나눠 경제적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어 지속 가능한 혁명이 올 거라 말하면서도 자신의 생태발자국을 줄이면서 가난한 이들이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정치집단은 없다고 꼬집었다.

<성장의 한계> 는 국제적인 미래연구기관인 로마클럽에서 진행한 '인류의 위기에 관한 프로젝트' 보고서로, 1972년 발간 즉시 37개 언어로 번역됐다. 전 세계에서 1,200만부가 팔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에 나온 것은 책 출간 이후 30년간 달라진 상황을 수정, 보완한 개정판이다. 다양한 통계로 성장의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한 데 반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말하는 부분은 다소 추상적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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