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한계/도넬라 메도즈, 데니스 메도즈, 요르겐 랜더스 지음ㆍ김병순 옮김/갈라파고스 발행ㆍ488쪽ㆍ2만3,000원
1987년 유엔은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미래 세대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착한 성장'을 하자는 얘기다. 그런데 정작 1980년대엔 자율경쟁과 성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로 번졌다.
성장은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다. 선진국에선 성장이 고용과 기술 발전을 이뤄준다고 믿었다. 개발도상국은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성장으로 얻은 부(富)가 하층민에게로 흘러들 거라 여겼다. 낙수효과를 바라보는 장밋빛 환상에 빠져 복지에 대한 요구는 배부른 소리쯤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하루 평균 1달러도 안 되는 소득으로 먹고 산다.
2000년대 후반, 위기에 빠진 성장론은 옷을 바꿔 입으려 했다. 성장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경제시스템을 혁신하자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그 일례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실행되기도 전에 금융자본의 탐욕이 몰고 온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쓸었고, '1%의 가진 자를 향한 99%의 반격'이란 구호를 든 시위가 신자유주의의 심장인 월스트리트를 떠들썩하게 했다.
<성장의 한계> 는 이런 오늘날을 '한계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말 그대로 신자유주의적 성장은 한계를 드러냈다. 고속 성장을 위한 자원 사용, 토지 개발, 산림 벌채 등 자연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생태발자국)은 이미 지구가 견뎌낼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었다. 2007년 기준 인류의 생태발자국은 1.5다. 지구의 수용능력보다 1.5배 많은 짐을 지우고 있단 얘기다.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인구도 부담이다. 한정된 공간인 지구에서 지금과 같은 성장 방식은 지속되기 힘들다. 성장의>
저자는 지구의 수용능력을 초과한 인류에게 남은 길은 두 가지라고 말한다. 자원부족과 환경오염 등 거듭되는 위기로 붕괴의 길을 걷느냐, 생태발자국을 강제로 줄일 것이냐. 그러면서 제시하는 게 '지속 가능한 사회'다. 여기서는 재화의 양적 확대가 아닌, 사회의 질적 발전을 성장의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선 인구의 증가 속도를 늦추고,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같은 물건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환경에 덜 해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고, 재화를 생산해 얻은 이익은 나눠 경제적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어 지속 가능한 혁명이 올 거라 말하면서도 자신의 생태발자국을 줄이면서 가난한 이들이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정치집단은 없다고 꼬집었다.
<성장의 한계> 는 국제적인 미래연구기관인 로마클럽에서 진행한 '인류의 위기에 관한 프로젝트' 보고서로, 1972년 발간 즉시 37개 언어로 번역됐다. 전 세계에서 1,200만부가 팔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에 나온 것은 책 출간 이후 30년간 달라진 상황을 수정, 보완한 개정판이다. 다양한 통계로 성장의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한 데 반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말하는 부분은 다소 추상적이다. 성장의>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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