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68) 전 국무총리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인정받았다. 검찰은 즉각 "상고하겠다"며 반발했지만, 민주통합당 당 대표 후보로 나선 한 전 총리의 정치 행보는 한결 더 가벼워질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성기문)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돈을 건넸다는 곽씨의 진술은 사건의 핵심 증거인데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검사의 주장과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1심과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곽씨가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건강이 매우 악화된 상태였고, 이 사건 외에도 횡령죄와 증권거래법위반죄 조사를 받고 있어 장기간의 구금을 피하기 위해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곽씨로부터 공기업 사장직 인사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 전 총리는 선고 직후 "진실과 정의가 권력을 이겼다. 사법부와 국민께 감사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앞으로 제2의 한명숙, 임종석, 정봉주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며 "개혁을 통해 건강한 검찰로 바로 서는 데 앞장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대선 후보 당내 경선 당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지난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며,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재판부는 한 전 총리와 함께 기소돼 1심에서 횡령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곽씨에 대해서는 "기소된 횡령액 중 일부가 무죄로 판단되고, 고령에 건강상태가 악화된 사정을 참작한다"며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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