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앤드루 왕자의 전 부인 사라 퍼거슨이 2008년 터키 고아원의 아동학대 실태를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를 찍은 것과 관련, 12일 터키 법원에 언론법 위반으로 기소됐다고 일간 인디펜던트 등 외신이 보도했다.
터키 법원은 퍼거슨이 촬영한 다큐멘터리가 아동학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촬영, 아동 5명의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터키 언론법에 따르면 퍼거슨은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최고 22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퍼거슨이 터키로 소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영국이 터키와 법인인도조약을 체결했지만 영국 내무부가 협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 검찰은 영국에 퍼거슨을 심문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지만 영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거절했다.
터키가 사건 발생 이후 3년이 지나도록 퍼거슨을 괴롭히는 것은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당시 유럽연합(EU) 가입의 희망에 부풀었던 터키가 매우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터키는 다큐멘터리가 EU 가입을 방해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퍼거슨은 2008년 루마니아의 고아원의 아동학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탐사보도기자 크리스 로저스와 프로듀스 톰 존스, 딸 유지니 공주와 함께 터키와 루마니아 고아원을 잠입 취재했다. 다큐멘터리는 ‘공작부인과 딸들: 그들의 비밀 임무’라는 제목으로 영국 ITV에 방영됐다.
다큐멘터리에서 가발을 쓰고 초록색 스카프를 두른 퍼거슨은 수도 앙카라 고아원에서 의자에 묶인 아동들이 상처를 입고 벗어나려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퍼거슨의 측근은 기소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고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퍼거슨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둘째 아들인 앤드루 왕자와 1986년 결혼해 딸 둘을 뒀으나 96년 이혼했다. 이후 토크쇼 진행자, 언론사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왔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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