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인 올해 첫 정권교체 선거인 대만 총통선거가 14일 실시된다. 이날 오후 선거 일정이 마무리되고 마지막 투표함이 열릴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예측불허의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선거 결과에 따라 대만과 중국 양안 관계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총통과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은 선거 하루 전인 13일 박빙승부의 분수령이 될 부동표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신유권자’를 끌어안아야 승리한다
선거 전문가들은 승부를 가를 중요 요인의 하나로 올해 투표권을 처음 획득한 77만명의 ‘신유권자’의 선택을 꼽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당은 41만~69만표, 민진당은 15만~20만표 정도 각각 자기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할 정도로 예측불허의 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유권자 77만명은 전체 유권자 1,809만명의 4%에 불과하지만 50만표 이내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의 향방이 매우 중요하다. 만 19세가 돼 처음 투표권을 얻은 신유권자는 절반 이상이 지난해 대학에 입학했다. 대부분 대만에 정착해 살아온 본성인(本省人)의 후대로 진보 성향을 보이는데다 대만 주권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중국과의 교류와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며 일자리 창출에 목말라 한다. 대만 주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민진당에 기울지만 중국과의 교류나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국민당에 쏠린다. 그런 점에서 양 당으로 어느 정도 갈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유권자 중 10만여명이 대만으로 시집온 중국 출신 주부라는 점도 변수다. 이들은 양안관계에 적극적인 국민당을 선호한다. 선거 참여를 위해 대만을 찾아올 20여만명의 해외동포 역시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후난(湖南)성 출신으로 대만인과 결혼해 올해 처음 선거권을 취득한 주부 리웨이(李維)씨는 “중국 출신 주부들은 대만에서 그 동안 차별을 많이 받았고 취업 기회도 없었다”며 “우리에게 존엄을 주는 쪽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부권 표심도 당락 좌우한다
선거가 박빙구도로 흘러가면서 중부권의 표심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만은 지역 투표 성향이 강해 북부는 국민당, 남부는 민진당의 구도를 보여 왔다. 이번에도 지역색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남부도, 북부도 아닌 중부 즉 타이중(臺中), 장화(彰化), 윈린(雲林), 자이(嘉義) 등지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남단 타이난(臺南)의 대학생 장징다오(張京都)씨는 “남부 사람은 태생적으로 국민당을 싫어한다”며 “한 세대가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당장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 총통은 지역감정을 의식한 듯 13일 오전 남부권 대표 도시 가오슝(高雄)에서 대규모 유세전을 가진 뒤 중부권의 타이중(臺中)을 찾아 부동층 잡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에 맞서 차이 후보는 북부에 위치한 수도 타이베이(臺北) 거리 유세에 나섰으며 특히 남부 출신 주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제3후보인 친민당 쑹추위(宋楚瑜) 주석은 중부 지역을 돌며 “총통은 국민이 자신을 걱정하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며 여당과의 차별을 부각시켰다.
이번 총통선거는 1996년 직선제가 도입된 뒤 다섯번째 치러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75~80%일 때 690만표 전후를 얻으면 당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함께 치러지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입법위원 113명 전원을 새로 뽑는다. 지역구 의석 79석, 비례대표 의석이 34석이다. 하지만 유권자의 관심이 온통 총통선거에 쏠리면서 입법위원 선거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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