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10년 전쟁을 종식시킬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미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양측은 지난 1년간 독일의 중재로 뮌헨과 카타르의 도하에서 비밀협상을 진행했다. 미국은 마크 그로스먼 아프간ㆍ파키스탄 특사가, 탈레반은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측이 협상에 나섰다. 아프간 정부의 반대, 협상대표의 암살 등으로 여러 차례 고비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탈레반이 협상을 위한 정치사무소를 카타르에 개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협상은 급진전됐다. 미국도 화해 조치로서 관타나모 군 시설에 수감 중인 탈레반 지도자 5명의 본국 송환을 잠정 결정했다. 최근에는 협상에 대한 비공개 방침을 바꿔 관련 내용을 브리핑까지 하고 있다.
그로스먼 특사는 내주 아프간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동맹국들과 협의를 마친 뒤 탈레반과 예비회담을 공식 진행할 예정이다. 협상 테이블에는 탈레반의 무장활동 포기, 알카에다와의 관계 단절, 아프간 정부 인정 등이 올라 있다. 모두 민감한 안건인 만큼 협상 타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나 탈레반은 “정치적 협상이 성전에서 항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평화협상에 매우 적극적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아직은 협상타결이 가능한지를 시험하는 단계”라고 신중해 하면서 “아프간을 잔인하게 통치했던 급진 이슬람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정치적 해결에 지지를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2014년 철군 이전에 평화협상으로 종전을 끌어낼 경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적 승리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미 해병대원 4명이 탈레반 시신에 소변을 보는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 이 같은 협상국면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전망이다. 파장이 커지면서 미국은 국무부, 국방부, 군 수뇌부까지 나서 조사와 엄벌을 약속하며 진화를 서두르고 있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개탄스럽다”면서 즉각 조사를 약속했고,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법을 어겼다”며 의법 조치를 예고했다. 아프간의 여건 상 동영상이 퍼지는 속도가 느린 만큼 반미 감정이 격화할 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탈레반은 “우리가 말해온 미국의 잔인함이 입증됐다”면서도 “동영상이 협상 추진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협상 의지를 버리지는 않았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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