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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정치인 테마주의 즉각적인 거래중단 검토에 이어 부당한 투자권유가 있었는지 증권사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12일, 기자한테 날아든 온라인 주식카페 초대메일의 글귀다. 이 카페는 월 10만~20만원을 내는 VIP가 되면 메신저와 문자로 매수ㆍ매도 타이밍을 알려주고, 손실이 나면 환불도 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다. 10일 VIP 추천종목에는 '문재인 테마주' 바른손이 담겨 있었다. 주초 금융당국의 엄포에 테마주가 줄줄이 추락했으니 이 또한 저가매수의 기회이고 결국 연말 대선 전까진 정치 테마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을 게다.
심지어 남의 나라 대선 테마주까지 형성되기도 한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정작 미국 내에선 '오바마 테마주'란 말 자체가 없었지만, 우리나라에선 환경, 헬스케어 등이 관련 테마로 묶였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정치 테마주들이 먹히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고스란히 깔려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정치 테마주는 78개. 이들 대부분이 유력 대권 주자와 학연, 지연, 열연으로 얽혀 있거나 혹은 그런 것처럼 루머가 퍼진 주식들이다. 정권을 잡은 인물이 자기 사람을 요직에 앉힐 것이란 확신, 정치인과 친한 기업인들은 어떤 식으로든 공생 관계를 형성할 것이란 기대감 등이 개인의 한탕주의와 맞물려 정치인 테마주를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권에서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낙하산 인사와 측근 비리는 매번 터져 나왔으니 증시판 추론이 아예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니 금융당국이 당장 고강도 칼을 꺼내 든다고 해서 대선 신기루를 좇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증시 전문가들조차 "단기적으로 투기 세력이 위축될 수 있지만 올해 정치적 이슈가 지속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론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것 같다"고 말한다. 테마주 뒤에 도사리고 있는 연줄 문화나 권력 남용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정치 테마주는 때마다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강아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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