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자원외교의 쾌거'로 치켜세웠던 상당수 사업이 지금 허위ㆍ과장 논란에 휩싸여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수준의 '설 익은 밥'을 정식 계약이 된 양 '다 익은 밥'처럼 부풀린 경우, 심지어 자원이 묻혀 있는지, 캐냈을 때 경제성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기도 전에 큰 돈이 되는 자원을 확보한 것처럼 발표한 데서 비롯된 것들이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아랍에미리트(UAE) 유전 확보'가 바로 그런 경우다.
우선 정부가 독점 개발권을 얻었다는 3개 유전광구는 개발이 될 지조차도 불확실한 상태였다. 한국석유공사 측에 따르면 해당 광구는 UAE측이 1970년대에 자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경제성이 없어 개발을 미뤘던 장소. 게다가 당시 우리 정부는 UAE측이 과거 만들었던 자료를 검토하는 '기술 평가'만 실시했을 뿐이었다. 석유공사 관계자조차 당시 "경제성을 따져보는 상업 평가 등 절차가 많이 남아 실제 개발이 이뤄질 지는 확신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게다가 실제 개발이 이뤄진다 해도 이익의 70~80%는 UAE측이 가져가게 되어 있었다.
또 다른 대형 생산유전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는 것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상태에 불과했다. 당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UAE 국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인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 MOU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했지만, 실상은 기득권을 갖고 있는 '주전 선수(메이저회사)'들과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뛸 기회가 있는 '후보 선수' 자격이었다.
지식경제부는 뒤늦게 논란이 일자 "MOU상 한국기업에 최소 10억배럴 이상의 생산광구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이는 기존 메이저 회사들과의 협상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에게 보장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경부 내에서조차 "메이저사들의 기존 지분을 인수하거나 UAE 국영석유사의 지분을 넘겨받는 등의 구체적인 방식이 적시돼 있지 않고, 메이저사들의 협상력이나 UAE와 미국ㆍ영국ㆍ일본 등과의 관계까지 감안할 경우 100% 확보라고 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정부는 석유가스자주개발률(수입하는 석유ㆍ가스 중 우리나라 기업들이 실제 확보할 수 있는 양의 비율)의 개념 조차 왜곡했다. 당시 정부는 "자주개발률을 15%까지 높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는데, 이 외국계 관계자는 "보통 자주개발률은 현 시점에서 확보할 수 있는 석유ㆍ가스량을 기준으로 하는데도 한국 정부는 빨라야 2014년에나 손에 쥘 수 있는 석유, 가스를 마치 확보한 것으로 계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UAE 유전뿐만이 아니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 유전 개발도 마찬가지. 지난해 석유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5개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의 탐사 시추 결과 원유가 없거나 매장량이 매우 적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학재 한나라당 의원은 "쿠르드 정부에 준 서명보너스와 탐사비 등 4억 달러만 허공으로 날아갔다"며 "애초 원유가 있는지 불확실했던 탐사광구인데다 쿠르드 원유 매장량 자체가 이라크 전체의 3% 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비리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있다. 2010년 12월 외교통상부가 'C&K 마이닝'이라는 한국회사가 추정 매장량 4억2,000만 캐럿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는 내용을 발표한 이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전ㆍ현직 고위 관료들이 개입했다는 의혹과 함께 주가 조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원 개발 경험이 거의 없는 KMDC가 미얀마의 가스전 4곳에 대한 탐사ㆍ개발권을 따낸 일도 박 전 차관 등 정권 실세 개입설에 휩싸이게 했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볼리비아를 5차례나 방문, 우리나라가 현지 리튬 광산을 인수 또는 독자 개발할 수 있는 개가를 올린 것처럼 소개했다. 하지만 볼리비아 광업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력으로 리튬을 생산할 것이며 다만 자본과 기술 제공 국가에 대해선 우선 구매권을 줄 계획"이라며 선을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습관적으로 성과를 뻥튀기 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할 수도 있다"며 "여러 나라 정부와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원개발 경쟁에 나서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신뢰를 잃을 경우 같은 팀에 끼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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