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병대 군인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대원으로 추정되는 시신 위에 소변을 보면서 웃고 떠드는 영상이 유포돼 파문이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영상이 11일(현지시간) 유튜브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 미 해병대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영상에는 해병대 유니폼을 입은 군인 4명이 아프가니스탄식 복장을 하고 가슴에 피를 흘린 채 누워 있는 3명의 주검 위에 소변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해병대원들은 나란히 서서 방뇨하면서 "꼭 소나기 같군, 금색이네" "좋은 하루 되게, 친구" 등의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었다.
영상 속 자막에는 이들이 '지난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캠프 레전에서 파견된 미 2해병대 3대대 정찰 저격4팀' 소속이며 시신은 '죽은 탈레반 대원'이라는 설명이 나오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는 소변을 보는 남성들의 헬멧과 무기를 볼 때 그들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저격수들일 것으로 추측했다.
영상 속 모욕적인 행동으로 인해 아프간 내 반미 감정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미 당국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영상 속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상황인지와 상관 없이 끔찍하고 역겨운 행위"라고 비판했고, 미 해병대 사령부는 "영상의 출처와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영상 속 행위는 해병대의 가치와 어긋난다"며 "전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12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 무슬림 권익보호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전날 패네타 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영상 속 인물이) 어느 단체 소속이든 미국 법률과 통일군사재판법이 허용하는 최고 중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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