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 꿈의 실현 도구다. 결혼, 주택마련, 자녀교육, 노후보장 등 저마다의 바람을 담아 뻔한 수입을 쪼개고 쪼개 통장을 만든다. 그러나 은행 상품들은 고객마다의 다양한 요구를 모두 담기엔 종류가 한정돼 있고, 이자인심도 박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은행들이 통장에 다양한 꿈을 녹이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꿈을 이룬 고객에겐 이자까지 더 얹어준다. 기간도 이름도 금액도 맘대로 정하는 맞춤형 통장, 작은 교재로도 활용할 법한 통장도 내놓았다. 아직 종류는 많지 않지만 천편일률적이던 예금과 적금에 톡톡 튀는 개성을 입힌 셈이다.
국민은행의 인터넷ㆍ스마트폰 전용상품인 ‘KB드림톡적금’은 예금주가 설정한 목표달성을 돕는다. 자신이 지정한 구체적인 목표를 통장이름(예컨대 ‘유럽여행 가자!’ 통장)으로 쓸 수 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블로그에 올려 실행의지를 북돋을 수 있다. 목표금액을 달성하면 추가 이자(연 0.1%포인트)도 준다.
신한은행의 ‘미션플러스적금’과 하나은행의 ‘나의소원적금’도 비슷한 상품이다. 유학 여행 자동차 출산ㆍ육아 쇼핑 금연 다이어트 등 고객이 직접 목표나 소망을 선택한 뒤 목표금액을 채우면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관련 포인트적립 및 우대쿠폰 등이 제공된다.
맞춤형 통장은 우리은행의 ‘My Style자유적금’이 대표적이다. 통장 이름뿐 아니라 회전주기, 약정기간, 납입금액, 납입주기 등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3번까지 일부 해지가 가능해 중도해지의 부담이 줄어든 것도 장점이다.
기업은행의 ‘독도는우리땅통장’은 미니 독도 교과서로 불린다. 통장 표지와 속지에 각종 독도 정보와 우리의 고유 영토임을 증명하는 역사적 증거 등을 사진과 함께 실어, 통장 디자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2005년 첫 선을 보인 뒤 1조8,000억원의 판매실적을 거두고, 지난해 다시 디자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독도 관련교육 참가자에겐 우대금리(연 0.1%포인트)도 있다.
틈새를 노린 통장도 있다. 영화의 흥행성적이나 좋아하는 프로스포츠 팀의 성적에 따라 이자를 더 얹어주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각종 사고로 탈 많은 상조금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은행 상품도 나왔다. 올해는 선거의 해인지라 당선통장도 주목 받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예금과 적금으로 단순 분류된 딱딱한 금융상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근하고 재미있는 고객 참여 유도형 요소들을 접목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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