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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판·검사여도 숨기기 급급" 피라미드 학교폭력 피해학생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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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판·검사여도 숨기기 급급" 피라미드 학교폭력 피해학생들 주장

입력
2012.01.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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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선생님은 물론 검사, 변호사 등 잘 나가는 부모들도 김XX의 존재를 알면서 모른 척 했어요. 그러니 피라미드식 상납의 먹이사슬이 끊이지 않죠."

12일 서울 강남의 모 중학교 3학년 A(16)군은 3년간 목격한 학교 폭력 피해를 담담히 털어놨다. A군은 강남ㆍ서초구 일대 중ㆍ고교생 700여명에게서 수천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된 김모(18)군에게 3년 동안 시달림을 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강남의 B중학교를 다니며 동네 일진 중에서도 '짱'이 된 김군은 온몸에 문신을 새겼다. 그가 돈을 모아오라고 할 때마다 A군의 선배들은 A군 등에게 "우리만으로는 벅차니 네가 도와줘야 한다"고 강권했다. 이를 어길 수 없었다. 바로 따돌림과 폭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실태를 잘 모르는 부모의 방관 속에 이들은 '일진놀이'를 죄책감 없이 즐겼다. A군은 "사실상 조직폭력배하고 다를 바 없어요. 싸움을 잘하는 애들끼리 모여서 조폭 싸우듯이 싸워 '짱'을 뽑고 30여명이 우르르 몰려가 당구장 하나를 점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세를 과시한다"고 했다.

A군 친구들이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석 달 전 김군에게 쇠파이프로 다리를 맞아 심하게 다친 C(16)군은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군이 C군의 부모를 찾아와 눈물로 호소하자 그냥 유야무야 됐다. C군의 어머니는 국제변호사였다고 한다. A군은 "피해 학생의 부모가 검사, 판사, 공무원이어도 어쩔 수 없어요. 일이 커질까 봐 신고도 못하고 감추기 급급하기 때문"이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또 "실제로 지난해 2월 김군의 존재를 알게 된 법조계 출신 피해학생 부모들이 이 사실을 문제 삼으려고 모였지만 부모들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묻어버린 일도 있었다"고 했다.

다른 피해학생은 "김XX가 과거에도 비슷한 폭력 갈취로 문제가 됐고 관할 경찰들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이번에 학교폭력 문제가 커지니까 급하게 잡아들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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