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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ㆍLG 담합 과징금 446억… 실제론 하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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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ㆍLG 담합 과징금 446억… 실제론 하나마나

입력
2012.01.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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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모델이나 사양이 비슷한데도 국내 가전제품이 유독 비싸다는 느낌을 갖는다. 실제 국내 가전시장을 독점해 온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담합을 통해 가격을 여러 차례 올리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단종시켜 온 사실이 드러났다. 두 회사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평판 TV의 경우 99%, 세탁기 89.4%, 노트북 58.4%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해 가격 담합 혐의로 4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회사의 담합은 임직원 친목 모임에서 시작됐다. 영업 등을 담당하는 양사 부장과 팀장 7~8명이 서울 여의도와 강남 일대에서 1년에 수 차례씩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판촉 경쟁이 과도하지 않느냐", "환율 인상으로 원자재 값이 올라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오갔고, 이는 곧 담합으로 이어졌다.

두 회사는 2008년 7월 인텔의 최신 중앙처리장치(CPU) 센트리노2 칩을 장착한 노트북을 출시하면서 모델 별 가격을 이전보다 10% 넘게 오른 150만~200만원대로 책정했다. 한 회사가 먼저 가격을 올리면 이를 뒤따르는 방식도 취했다.

삼성이 2008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액정표시장치(LCD) TV 등에 대한 판매장려금을 3만~16만원씩 줄이자, LG도 비슷한 가격정책을 폈다.

양사는 또 이윤이 적은 세탁기 모델을 단종시키고 세탁기 구입 고객에게 끼워주던 5만~1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도 일부 모델에 대해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형마트, 양판점, 백화점 등 주요 판매점들은 양사 지원이 줄어든 만큼 판매가격을 올렸고,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두 회사의 '동행'은 계속 이어질 듯했으나, LG전자의 자진신고로 막을 내렸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폭으로 제품 값이 오르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공정당국이 조사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자, LG가 2010년 자진신고를 한 것이다. 삼성도 이를 눈치채고 서둘렀지만 LG에 한 발 늦었다.

공정위는 삼성에 258억1,400만원, LG에 188억3,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1순위 자진신고자는 과징금 100%, 2순위는 50%를 각각 감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LG는 과징금 전액을, 삼성은 절반인 129억700만원을 면제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와 삼성은 2010년 10월 시스템에어컨 가격 담합 때도 1, 2순위 자진신고자 지위를 얻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공정위는 리니언시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올해 초부터 '5년 내 재담합의 경우 감면 혜택 몰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2~3년 전 담합한 이번 사건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독과점 시장이 유지되는 한 공정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방법만 교묘해질 뿐 언제든 가격 담합이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상승 서울대 교수는 "담합 기업과 임직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 경각심을 높이고, '반값 TV'처럼 대형 유통업체들이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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