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지원 의원은"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신세"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은 돈 정치를 엄중하게 다루고 있지만, 정치 현실은 돈을 요구하는 모순을 비유한 말이다. 깨끗한 정치인으로 평가되던 고 김근태 의원도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2000년 최고위원 경선에서 8억4,500만원을 썼는데 6억원 후원금 한도를 넘긴 2억4,500만원은 신고하지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폭로해 정치권에 회오리가 불고 있지만, 이미 그 이전에 이런 고백이 있었다. 정치인 대부분은 정치자금의 모순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국회 정치개혁특위 여야 간사가 11일 전당대회 관리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하기로 합의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공직선거에 적용되는 공영제를 정당 내 선거에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선관위가 정당의 각종 선거에서 금품살포, 흑색선전, 상호비방 등의 불법선거운동을 단속하고 고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키로 했다.
그 동안 정당 내부 선거는 치외법권지대나 마찬가지였다. 돈봉투를 돌린 당사자로 지목된 박희태 국회의장 진영이 2008년 전당대회 때 30억, 40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관위에 신고한 비용은 1억868만원에 불과했다. 사전 감시나 사후 감사가 없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당내 선거에도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는 대신 철저한 감독과 감사를 하는 대안은 깨끗한 정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당 선거까지 세금으로 치러야 하느냐는 국민의 거부감이다. 소모적 정쟁과 국회 폭력 등으로 정치 불신이 커진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진성 당원 확대, 자원봉사 활성화 등 정당과 선거의 선진화에 역행하는 측면도 있다. 지금은 서둘러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돈 정치에 대한 제2, 제3의 고백과 정치권의 참회가 선행돼야 할 시점이다. 그런 노력을 보인 후에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정당 선거의 공영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