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모로 돌보던 영아를 살해한 아내 대신 죄를 뒤집어쓰려 했던 남편이 법정에서 뒤늦게 진실을 밝혀 무죄가 확정됐다. 남편이 거짓 자백을 하면서까지 보호하려 했던 아내는 결국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2008년 7월 아들을 출산한 정모(28)씨는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몸을 추스릴 새도 없이 보모 일을 시작했다. 남편 오모(39)씨의 벌이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웠다. 1주일 보육료 20만원을 받으며 A(당시 생후 8개월)군 등 아기 2명과 자신의 아들까지 3명을 동시에 돌보던 정씨는 갈수록 힘들어했다.
2009년 7월 24일 새벽, 안방에서 자고 있던 오씨는 "아기가 갑자기 숨을 안 쉰다"는 아내의 말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를 한 뒤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A군은 끝내 사망했다. 그런데 A군 부검 결과 사인은 놀랍게도 갈비뼈 골절과 장파열 등으로 나타났다. 타살이 의심되는 결과였다.
오씨는 그 날 새벽 A군의 심한 울음소리와 '퍽퍽퍽' 하는 소리를 들은 게 떠올랐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진술했던 그는 "23일 밤 A군이랑 놀다가 그만 배를 발로 밟았다"고 말을 바꿨다. 아내의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기로 한 것이다. 경찰은 그를 구속했다.
그러나 오씨는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갓 돌이 지난 아들을 두고 아내가 교도소에 간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없어 거짓 자백을 했다"고 실토한 것.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고, 진범은 아내 정씨로 밝혀졌다. 정씨는 피곤한 상태에서 A군이 울음을 그치지 않자 순간적으로 화가 나 가슴과 배 부위에 충격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씨는 1,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정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8년으로 감형됐다.
대법원 3부는 12일 "정씨가 남편이 거짓 자백했다는 소식을 듣기 전 경찰 조사에서 'A군과 함께 있을 때 이상 상태가 됐다'고 스스로 인정했던 점 등을 볼 때 정씨가 진범으로 보인다"며 이들 부부에 대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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