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문제가 새삼 국민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지 한 달 가까이 돼 가는데 정부와 여당이 이제야 관심을 기울이니 유감이다. 그나마 11일 처음으로 당정회의를 갖는 듯하더니 '피해 신고ㆍ상담 전화 117 통합'이란 의견만 내놓고 끝났다. 결국 교과부가 이 달 말까지 종합적인 근본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는데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올지 의문이다.
지난달 20일 대구 중학생 자살로 불거진 학교 폭력의 심각성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고교생들이 중학생들을 1년 이상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했으며 심지어 개 사료까지 먹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학교 폭력으로 어린 학생들이 자살하거나 정신질환을 앓는 일은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당정협의를 통해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3단계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당정협의는 이어지지 않았고, 3단계 대책이란 것도 여태 보지 못했다.
최근 학교 폭력의 심각성은 지난해의 그것보다 결코 덜하지 않은데도 대책 마련 의지는 오히려 후퇴했다. 3주일 이상 모른 척하다가 처음으로 정부와 여당이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상담전화 통합 운운하고 있으니 함량 미달의 구수회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튿날인 어제 교과부 장관과 전국 시도교육감이 긴급 회의를 가졌지만 걱정만 하다 헤어졌다는 사실이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국민이 얼마나 심각한 불안에 싸여 있는지 교과부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경찰이 별도로 조직을 정비하고 특별한 대책을 세웠다고 하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사후조치에 불과할 뿐 결국은 교과부를 중심으로 교육방향과 제도개선을 고민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순간순간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위해 회의와 발표만 거듭하고 실행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 동안 대통령이 두 차례나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지적한 사실을 믿기가 어렵다. 이러다간 머지않아 또 다시 학교폭력 당정회의, 대책 발표 등으로 수선을 피울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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