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요트를 타고 나홀로 세계일주에 나선 소녀가 마침내 지구를 한바퀴 돌아 이달 하순 출항지에 도착한다. 그러나 목적지에서 소녀를 기다리는 것은 세계기록을 달성했다는 공인증서도, 대견한 용기를 칭찬하는 환영 꽃다발도 아니다. 하루 빨리 학교로 돌아오라는 성화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소녀 로라 데커(16)는 최근 카리브해 생마르탱을 향해 마지막 항해에 나섰다. 로라가 24일 생마르탱에 도착하면 2010년 8월 21일 기항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출발한지 17개월만에 세계일주의 꿈을 이루게 된다.
11.5m 소형 요트로 높은 파도와 혼자 맞서며 어른도 해내기 힘든 위업을 달성하게 된 로라지만, ‘최연소 단독 세계일주’라는 기록 인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연소 타이틀에 집착한 청소년들이 경쟁적으로 항해에 나서면서 사고가 빈발했고, 이 때문에 기네스사에서 아예 관련 기록 집계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고국에 돌아가도 칭찬 대신 꾸중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네덜란드 법원은 로라의 항해를 금지했다가 더 튼튼한 요트를 이용하고 배 안에서 공부하는 조건으로 출항을 허가한 바 있다. 그러나 로라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는 얘기를 했고, 이를 근거로 학교 당국은 “부모가 딸의 무단결석을 방치했다”며 이 사건을 아동보호위원회에 회부한 상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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