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그러나 온 국민이 똘똘 뭉쳐서 그 위기를 극복해냈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뤄 내면서 눈부신 경제 성장과 함께 세계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무역대국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전자제품하면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신화를 깨트리고, 심지어 일본의 소니제품을 하대 시 하는 상황까지 왔으니, 정말 세상은 몰라보게 변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도 발전해 이제는 세계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나라가 되었다. 또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외국에서 원유를 수입해와 이를 가공한 다음 부가가치를 더욱 더 높여 외국에 수출, 외화를 벌어들이는 중화학 공업 분야의 선진국으로 우뚝섰다.
아울러 조선과 반도체 분야 수출도 세계 1위다. 이처럼 국가 경제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공학 분야이다. 그럼 어떤 이유로 공학 분야가 발전해 국가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어떤지는 몰라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고등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대학 입시 지망 선호도에서 단연 1순위는 바로 공대였다. 내가 너무 편협된 사고를 가지고 말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오늘날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1등 공신은 바로 그 당시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공대에 진학한 것이다. 공대 출신들이 전기 전자, 기계, 자동차, 조선, 반도체와 중화학 공업 분야에 이르기 까지 열심히 날밤 세워가면서 공부하고 노력해 발전시킨 결과가 국가발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후 어떻게 되었는가. 80년대 이후부터는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주류들이 공대 쪽을 외면하고 대거 의대와 한의대 쪽으로 쏠렸다. 지금은 한의대쪽의 인기가 조금 수그러든 것을 제외하고는 의대 진학 열풍은 여전하다. 나는 이 부분이 몹시 걱정이 된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잘해주었던 머리 좋은 공대 출신의 주역들이 국가경제 발전의 주축이 되었다면, 연령적으로 볼 때 곧 임무교대를 해야 하는 시기가 닥쳐온다. 그런데 머리 좋은 의대와 한의대 출신들이 환자만 잘 본다고 해서 그 역할을 과연 잘 할 수 있겠는가.
내 결론은 쉽지 않다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나라의 앞날이 걱정이 된다. 의료계에서는 의료관광이다 디지털병원 수출이다 하고 외쳐 대지만 이는 공대출신들이 이룩한 과거의 업적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꽉 막힌 현실의 답은 '만남'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의학이 다른 분야와 만나 부가가치가 더 높은 새로운 분야를 만드는 방법이다. 의학과 농업이 조우한다면 현재 천대 받고 있는 농업의 부가 가치가 한껏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세계적인 식품 공학자인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일부 의사들과 함께 지난 6년 동안 당뇨환자, 수험생, 운동선수들을 위한 혼합곡과 그 편의식품을 만드는데 매진했다. 그 결과 이제는 성과물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에 소개가 되고 특허까지 얻었다. 하루빨리 이 연구결과물이 세상에 나와서 FTA로 시름에 빠진 우리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두재균 前전북대 총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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