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 노년층에 비해 대장암을 덜 걱정해도 된다고 여겨왔던 40대 이하 젊은 세대도 대장암 조기검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팀은 "대장 선종이 있는 40세 이하 환자 41명과 40대 이상 78명을 분석한 결과 젊은 층의 대장암은 노년층과 발병 원인이 다르고 진행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선종은 대장 안쪽 벽에 혹처럼 튀어나온 조직(용종)들 중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선종이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데는 보통 10년쯤 걸린다. 연구팀은 대장내시경으로 환자들의 선종 일부를 잘라내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40세 이하 환자에서 유전자의 특정 부위(미소위성체) 길이가 들쭉날쭉한 경우가 31.4%로 40대 이상(6.4%)보다 5배나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소위성체 길이가 불규칙하면 체내 생리작용에 관여하는 여러 단백질을 만드는 신호가 잘못돼 대장암을 비롯한 위암, 자궁내막암, 방광암 등 여러 암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한 사람은 몸에 미소위성체 길이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회복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선천적(유전적)으로 이런 시스템이 없는 사람은 이른 나이에 대장암에 걸릴 수 있다.
연구팀이 유전자를 분석한 젊은이들은 대부분 도시에 사는 직장인으로 대장암 가족력이 없었다. 박 교수는 "비만이나 스트레스 같은 자극 때문에 미소위성체 회복시스템이 후천적으로 고장 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생긴 선종은 나이 들어 생기는 일반적인 선종보다 성장 속도가 빨라 일찍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40세 전에 생기는 대장 선종의 약 3분의 1이 미소위성체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평소 운동량이 부족하고 회식이 잦고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이라면 50세 전이라도 한 번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외과소화기과종양과학회(ISAGO)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헤파토가스트로엔테롤로지' 9∙10월호에 실렸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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