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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설사 잦고 혈변… 궤양성대장염 젊은층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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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설사 잦고 혈변… 궤양성대장염 젊은층서 늘어

입력
2012.01.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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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오모양은 거의 1년 동안 설사에 시달렸다. 특별히 뭘 잘못 먹은 것 같지 않아도 계속 변이 무른 상태였다. 최근엔 종종 배도 아프면서 피가 묻은 변이 나왔다. 설사도 점점 잦아졌다. 그러나 평소 내성적인 성격에 수줍음 많던 오양은 부모님께 이런 증상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우연히 딸의 혈변을 본 어머니가 뒤늦게 병원에 데려가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보니 궤양성대장염이었다.

설사가 계속되는 건 대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린 학생이라도 대장내시경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젊은 층에서 궤양성대장염 증가"

설사가 오래 가면 흔히 장염을 떠올린다. 보통 장염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원인인 감염성 질환이다. 감염성 장염은 대부분 수일에서 수주 안에 자연적으로 낫거나 항생제를 쓰면 비교적 빨리 치료된다.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설사가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나 궤양성대장염은 이들과 다르다. 변이 좀 무른 정도인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달리 심한 설사가 수개월 이상 이어지고, 피가 섞인 혈변이나 가래 비슷한 점액질이 묻은 점액변이 나온다. 항생제도 별 소용이 없다. 몸무게가 줄거나 배가 아프거나 발열, 빈혈, 식욕부진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 궤양성대장염은 아주 드물었다. 지금도 발병률이 10만 명 당 10명 이내로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개원가의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최근 젊은 층에서 궤양성대장염이 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유승박-김경진내과 김경진 원장은 "최근 궤양성대장염으로 진단 받는 환자들의 평균 나이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라며 "남자보다 여자 환자가 약간 더 많다"고 말했다.

대장내시경은 어른들만? NO!

궤양성대장염은 한 마디로 염증 때문에 점막을 비롯한 대장 조직이 손상되는 병이다. 그런데 염증이 생기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환자의 10~20%가 가족이나 친척 중에 궤양성대장염과 비슷한 염증성 장질환을 가진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민족(유대인)에 발병률이 높고, 일란성쌍둥이 중 한 명이 걸리면 다른 한 명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유전 요인에 무게를 실어준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서구화한 식생활이 궤양성대장염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는 연구들이 많다. 이런 식습관을 통해 장에 흡수되는 물질들이 아시아인의 장 속에 분포하는 미생물들과 조화하지 못해 장을 공격하는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제설탕이나 패스트푸드, 마가린 같은 고당질 고지방 식품을 많이 먹으면 궤양성대장염 발생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궤양성대장염의 염증은 보통 항문 바로 위쪽인 직장에서 시작돼 대장 끝부분인 회맹부까지 넓게 분포하는 게 특징이다. 때문에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크론병이나 베체트장염 등과 내시경검사로 어느 정도 감별할 수 있다.

김 원장은 "대장내시경을 40~50대 이후 대장암 검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검사로 생각해 젊은 사람들은 필요한 데도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며 "나이나 성별을 떠나 복통이나 혈변, 체중 감소가 있으면서 설사가 계속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검사를 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이상이면 성인처럼 장정결액(대장을 비워내기 위해 먹는 약)을 먹거나 관장을 한 뒤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김 원장은 덧붙였다.

청소년 성장발육 저하 원인

궤양성대장염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이다. 방치하면 삶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심하면 대장 일부를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일찍 발견해 약을 먹기 시작하면 치료 성공률은 80%에 달한다.

특히 청소년기 환자는 설사가 계속되면 영양결핍으로 이어져 빈혈이나 골다공증이 생기면서 성장 발육이 더뎌질 수 있다. 정서적으로도 집중력과 사고력이 떨어져 학습능력이 저하될 수 있고 때로는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실제로 궤양성대장염으로 진단 받은 오양은 치료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몸무게가 또래와 비슷한 수준이 됐고 생리도 시작했다.

전문의들은 궤양성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인스턴트식품과 고지방식품을 피하고 채소가 많이 들어 있는 식단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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