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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순검, 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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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순검, 점호

입력
2012.01.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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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쌀쌀한 초봄 엄마의 눈물로 해병대에 보냈던 아들이 지난 주말 드디어 돌아왔다. 환한 미소로 현관에 들어서는 아들을 힘주어 안았을 때 건강하게 단련된 몸피가 자못 단단했다. 쑥스러워 하면서도 우렁찬 목소리로 가족에게 전역신고를 하는 모습이 대견해 또 콧날이 시큰해졌다. 해병대 출신이라면 흔히 하는 요란한 장식의 전역복 차림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몸가짐은 단정했으되 유독 힘든 군 생활을 무사히 견뎌냈다는 자부심만은 역시 대단했다.

■ 지난 연말 국방부가 해병대만 쓰는 독특한 병영용어를 바꾸도록 한 방침에 대한 반발이 해를 넘기면서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타군, 특히 육군과 다른 7개 용어를 통일하라는 것인데 반발의 핵심은 '순검'을 '점호'로 바꾸라는 것이다. 국방부의 발상은 아주 단순하다. 지난해 총기난사 참극을 계기로 해병대의 악폐습을 근절하겠다며 낸 방책이다. 해병대의 독자적 문화를 없애버리면 해병대 악습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다.

■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게 자칫 '해병대다움'까지 죽여선 안 된다는 딜레마가 있다. 해병대는 오랫동안 예산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병사의 복지후생, 장비 등 여러 측면에서 타군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조건을 감당해온 게 사실이다. 그걸 메꾸어온 것이 특유의 자부심에서 비롯된 해병정신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략기동군으로서 해병대 전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이다.

■ 사소한 문화의 차별성도 자부심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미 해병대 역시 용어, 구호, 의전 등에서 가급적 타군과 다른 독자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것도 그게 강한 전투력의 중요한 동기가 됨을 알기 때문이다. 비인간적 악습은 가차없이 들어내되 해병대의 독자적 문화는 도리어 배려하는 게 옳다. 아들의 전역가방엔 "친형처럼 마음 써줘서 고마웠다"는 후임병들의 편지가 여러 통 들어있었다. 엄정한 군기, 강한 자부심은 악습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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