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안한 호루라기가 케냐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포스텍(포항공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경희대 재학생 4명으로 구성된‘팀ABCD’(Aid Beyond eConomic Development)’가 아프리카 케냐의 성범죄 피해율을 낮추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호루라기 프로젝트 ‘WOW’(Whistle for World)’를 시작한다.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케냐 여성에게 위기 상황에 주위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목걸이ㆍ팔찌형 호루라기를 보급하고, 지역 사회에 호루라기 생산 기술과 해외 판로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케냐에서 만들어진 호루라기는 국내 커피전문점, 의류매장 등에서 판매할 예정. 호루라기로 범죄 예방은 물론 일자리 창출까지 하겠다는 포부다. ‘팀ABCD’는 “치안이 열악한 케냐의 성범죄 피해자 대부분이 어린이와 노인”이라며 “우리가 고안한 호루라기로 그들의 일상뿐 아니라 미래까지 지켜주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호루라기 프로젝트는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05학번 조퇴계(25)씨의 2010년 2학기 학부생연구프로그램 과목 리포트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적정기술 제품 개발 및 활용 전략 연구’에서 출발했다. 조씨는 한 대기업이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붉은악마 티셔츠를 모아 아프리카에 기부했으나, 이게 오히려 현지 의류 제조 업체들의 파산을 유발하는 바람에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개발도상국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국제 원조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 한 TV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케냐의 성범죄 실태와 경제 상황을 알게 됐으며,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매개로 호루라기를 떠올렸다.
조씨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친구들이 힘을 모았다. 한국국제협력단 국제협력요원으로 2009년 초부터 2년간 파나마에서 원주민에게 컴퓨터를 가르친 같은 과 친구 이슬기(25)씨, 한예종 디자인과 09학번으로 아동복지센터에서 예술교육 자원봉사를 해온 심효정(22)씨, 문화기획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대학생 대상 행사를 기획해 온 경희대 국제학과 07학번 임상희(25)씨가 각자의 장기를 살려 계획을 구체화했다. 13일 저녁엔 서울 서대문구 KT&G상상univ북서울아뜰리에서 WOW 프로젝트의 본격적 추진을 알리는 파티를 연다. 이후엔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기업, NGO 등의 파트너를 찾을 계획이다.
‘팀ABCD’는 첫 프로젝트인 WOW 이후에도 단순히 개발도상국의 GDP(국내총생산)를 높이는 원조가 아닌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원조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우리 세대에 국제 원조는 단지 선의가 아닌 의무감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요. 국가 간 불균형을 해결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글ㆍ사진=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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