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떤 때는 얼음보다 차갑고, 불꽃보다 뜨겁고, 그 어떤 독약보다 더 독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마음은 인연에 따라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하지만 생멸하는 마음의 바탕(本性)이 늘 변함없이 비어 있다는 걸 깨닫는 게 바로 마음공부요 수행입니다. 이를 깨치면 마음의 병도 고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의 부주지 의연(51) 스님은 지난해 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개설한 ‘마인드 스쿨’에 올라 온 ‘어떻게 해야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느냐’는 회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곧바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네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의연 스님은 마인드 스쿨에 속속 올라오는 질문에 ‘즉문즉답’하기 위해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늘 끼고 산다. 1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만났을 때도 영하의 추운 날씨인데도 맨손에 아이패드가 들려 있었다.
자칭 ‘아이패드 폐인’이라는 의연 스님에게 일주문도, 사천왕상도, 불상도, 수미단도 없는 ‘사이버 법당’을 열게 된 이유를 묻자 답이 의외였다. “불교 포교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가 스님이라고 하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스릴 수 있도록 가르침을 달라고 졸랐습니다. 운전을 배우려면 운전학원을 다니면 되는데 정작 마음을 공부할 곳이 없어요. 그래서 이들을 위해 ‘마음학교’를 열게 됐죠.”
개설한지 8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페이스북 ‘친구 맺기’ 등록 제한 인원인 5,000명이 꽉 찼다. ‘친구’를 더 받을 수 없자 즉문즉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사이버 템플 마인드 스쿨 1’, ‘사이버 템플 마인드 스쿨 2’, ‘크리에이티브 마인드 스쿨’, ‘의연 스님의 마음 학교’ 등 4개 소그룹으로 나눴다. 각 소그룹에 250명까지 참여할 수 있고 동시 그룹채팅도 가능하다. 회원은 전업주부에서 국악인, 발레리나, 교수, 연극배우, 건축가, 변호사, 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마음학교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는 뭘까. 의연 스님은 “진보를 추구하면서도 사람들이 항상 공허해하고 더는 과학 문명에서 비전을 보지 못하면서 참된 자아 성찰, 행복 등 마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님은 “‘마음 산업’은 5차 산업이자 미래 산업”이라며 “마음수행에 산업이라는 말이 붙는 게 거북하지만 참선, 요가, 명상, 치유, 휴식 등의 프로그램이 뜨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요즘 곳곳에 명상 편의점이 생기고 대규모 명상센터에서 1주일 과정으로 100만원 가까운 수강료를 받는 등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스님은 “‘나’라는 한 개인의 감성을 살짝 터치해 만족만 시켜주는 것은 진통제일뿐 마음을 고치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희로애락이 일어나는 감정이나 시비분별하는 의식은 허망한 마음의 작용일 뿐 본래 마음의 바탕이 아니므로 마음에 관한 법문을 듣거나(聞), 사유수행(思) 명상수행(修)을 통해 마음의 바탕을 깨달으면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스님과 함께 하는 마음공부는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진다. 마인드 스쿨 회원들은 매달 첫째, 셋째 일요일 오후 2시 ‘남산 둘레길 걷기 명상’ 시간을 갖는다. 지난 1일에도 20여명이 남산 둘레길을 3시간 동안 단전에 양손을 겹쳐 모으는 차수(叉手)를 한 채 말없이 안항(雁行)했다. 산사체험도 기획하고 있다. 전남 장흥군 백양산의 고불총림(古佛叢林) 백양사에서 2박3일간 스님이 직접 마음공부를 가르치고 치유와 걷기 명상, 참선과 다도 실참을 지도할 생각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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