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 논란 속에 검찰이 배임 혐의로 기소했던 정연주(66) 전 KBS 사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로서는 정권 입맛에 맞는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2일 사장직 연임을 목적으로 세금소송을 도중에 취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된 정 전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KBS의 이익에 명백히 반하는 불합리한 조정을 무리하게 추진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KBS에 보다 유리한 내용으로 조정안을 관철하지 못한 것도 배임'이라는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원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정 전 사장은 감사원의 2008년 5월 KBS 특별감사 결과 경영 방만을 이유로 해임이 요구됐고, 방송통신위원회의 KBS 이사회 구성 변경을 거쳐 같은 해 8월11일 해임됐다. 해임 직후 검찰은 정 전 사장이 2005년 6월 KBS가 낸 법인세 부과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하고도 항소심에서 법원의 조정 권고를 수용, 556억원만 환급받기로 해 회사에 1,89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정 전 사장은 이날 선고 직후 "검찰이 정치권력을 위해 복무한 행태에 대한 법원의 엄중한 심판"이라며 "정치검찰은 물론 해임 과정에 동원된 청와대와 국세청, 감사원, 방통위 등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국회에서 '정 전 사장의 무죄가 확정되면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으니, 이제 책임을 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검찰은 아무런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정 전 사장은 해임처분 무효 청구 행정소송 1, 2심에서도 승소해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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