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다큐멘터리라면 가리지 않고 봐온 게 나다. 방송이 끝난 뒤 기린이나 하마를 친구로 삼아 보고자 동물백과를 사러 가는 게 나였다면 분명 감동의 발로였을 터, 그렇게 나는 한 마리 한 마리 동물의 세계를 알아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애써 외면하게 된 것 또한 나였다.
환경 문제가 한데 몰려 심각하게 야기되면서, 그에 상처 입은 동물들의 이야기가 능숙한 성우의 음성이 아닌 익숙한 배우의 음성으로 전달되어 동물들 또한 사연 많은 인생들로 기억하게 되면서, 인간이라는 재앙덩어리 속의 나를 오금저리게 한 적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남극의 눈물' 속 황제펭귄도 바로 그러했다.
어릴 때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뭐냐고 물으면 대번에 "펭귄이요" 답했던 나. 본 적 없고 아는 바 없으므로 더없이 상상하기 좋았던 바로 그 펭귄이 4개월 동안 제 발등 위에 알을 얹고 알을 품어 털이 보송한 새끼로 키워낸다.
눈을 먹고 눈 위에 배설물을 싸고 그 배설물에 미끄러졌다 일어나면서도 바깥쪽에 자리한 펭귄과 안쪽에 자리한 펭귄이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식은 몸을 서로 덥혀주는, 이른바 '허들링'이라는 본능의 지혜를 실천하며 사는 황제펭귄들. 자연은 공평하니 분명 우리에게도 이런 삶의 팁을 주셨을 터인데 아이쿠, 도서관 열람실 문만 열려봐라. 그새를 못 참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저 무시무시한 도끼눈들이라니!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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