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터질때만…" 학생 상담교사 반짝 증원
최근 다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전문상담교사의 증원, 배치는 정부의 단골 학교폭력 대책이었다. 그러나 현재 전문상담교사는 883명에 불과, 전국 초중고교는 1만1,462곳의 대다수에 전문상담교사가 없다. 왜일까. 교사 증원을 추진하면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와 공무원 정원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가 번번이 예산을 잘라내기 때문이다. 지금도 교과부는 2020년까지 정규직 전문상담교사 4,200여명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범정부 차원의 의지를 갖고 인력 증원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대책도 1년 뒤면 잊혀질 게 뻔하다. 그리고 또 다른 폭력사건이 일어난 뒤 또 한번 상담교사 타령을 하게 될지 모른다.
교과부는 학교폭력 예방 5개년 기본계획을 처음 수립한 2005년부터 일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308명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다음 해인 2006년에는 전문상담교사가 한 명도 채용되지 않았다. 2009년도 마찬가지다. 전문상담교사는 100~300명씩 신규 채용된 2007년, 2008년, 2010년은 학교폭력 예방·근절 15대 중점과제,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방안 등 관련 대책이 나온 해였다.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이슈가 될 때만 반짝 증원했다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전문상담교사 정원을 동결한 것이다.
교과부의 한 공무원은 "행안부에서는 학령인구가 감소한다는 이유로 교사 정원을 늘리는 데 난색을 표한다. 특히 현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교사 정원을 늘리는 것에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요한 인력이라면 국가가 공공교육비용으로 당연히 감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교과부 계획대로 재학생 600명 이상의 초중고교 5,101곳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려면 4,218명이 추가로 채용되어야 한다. 초임교사의 연간 급여를 3,000만원으로 잡았을 때 연간 1,265억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액수는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제주 제외) 전체 교직원 인건비 28조4,364억원의 0.44%에 불과하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사 인건비는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거둬 조성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전문상담교사를 충원한다고 정부의 예산 압박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정부는 일자리 창출 방안의 하나로 1,1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 초중고교에 학습보조 인턴교사 1만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교육효과가 크지 않고 고용효과도 단기간에 불과한 인턴교사에 이정도 예산을 투입할 정도라면 전문상담교사를 학교마다 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국 정부의 의지 문제인 셈이다. 한 공무원은 "범정부 차원의 학교폭력 대책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경찰청, 여성가족부 등과 공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행안부, 기재부가 참여해 인력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교사 수를 늘리지 않으려 주저하는 사이 학교폭력 피해·가해 학생들은 방치되고 있다. 경기의 중고교 4곳을 순회하며 상담을 하는 성나경 교사는 "수천명의 학생을 담당하다보니 깊이 있는 상담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파악해 1주일 뒤 찾아갔더니 피해학생이 이미 전학을 가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는 "어떤 지역은 1명의 전문상담교사가 65개 학교를 맡는 경우까지 봤다"며 "1년에 한번 방문해서 무슨 상담이 이뤄지겠느냐"고 한탄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대책은 지금까지도 수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문제는 이를 구현할 인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투자 없이 말만 되풀이한 대책이 지금까지 학교폭력을 개선하지 못한 이유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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