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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선거 시장'에서 패하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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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선거 시장'에서 패하지 않는 법

입력
2012.01.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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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칭송을 들었던 시장 메커니즘이 실제로는 여기저기서 헛손질을 하고 있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람들에게 가장 큰 후생을 돌려주는 현실적 장치라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시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분야 중 하나가 자유선거(정치의 자유시장) 원칙이 지켜지는 대의 민주주의 정치체계다.

유권자 의견은 극우에서 극좌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기 마련이지만, 20세기 후반 이후 자유선거 원칙이 지켜지는 대다수 국가에서는 늘 중도 성향의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해 왔다. 그리고 중도 정당이 지속적 경제 발전을 견인한다는 것은 모든 선진국에서 자유선거 원칙이 지켜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는다.

자유선거가 중도 정당의 승리를 유도하는 시장 메커니즘은 미국 경제학자 헤럴드 호텔링이 1929년 공식화한 게임이론인 '호텔링 법칙'으로 설명된다. 유일한 도로를 끼고 형성된 마을에 두 개의 술집이 경쟁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마을 애주가들에게 가장 편리한 두 술집의 위치는 각각 좌우 4분의 1과 4분의 3 지점에 흩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술집 주인 입장에서는 다른 쪽 극단의 애주가도 불러 모으기 위해 정중앙에 가게를 내고 싶어한다. 그래서 결국 두 술집은 마을 가운데 나란히 위치하게 된다. 자유선거 체제 안의 정당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승리하고 싶다면 가능한 한 중앙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상황적 압력을 받게 되고, 그래서 어느 당이 승리하든 큰 변화 없이 정책의 지속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전 세계적 선거의 해를 맞아 곳곳에서 호텔링 법칙이 흔들리고 있다.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양 극단 진영의 목소리가 커져 지지 정당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티파티 운동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역할을 극도로 불신하는 이들은 2010년 중간선거 당시 공화당 내 중도 성향 거물들을 예비선거를 통해 대거 탈락시켰다. 티파티의 위력은 현재 공화당 대선 후보 선거전에서도 여전해 후보들은 '중도파'로 낙인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며 보수적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다 못한 친 공화당 성향인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뉴딜정책 이후 사라졌던 티파티 운동의 조악한 이념이 되살아나 쓰나미 같이 중도파를 휩쓸면서 미국의 재정적자 해결을 위한 여야 정치적 합의가 불가능해 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최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정강ㆍ정책에서 '보수'라는 용어를 삭제하려 하자, 일부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해 사실상 무산된 것이 그것이다. 한편 민주통합당이 지도부 선출을 위해 도입한 모바일 선거는 온라인 조직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선거 결과를 보다 좌측으로 옮겨 놓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는 한국일보ㆍ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동 '2011년 국민의식 조사'에서 우리나라 유권자 중 51.4%가 스스로를 '중도'라고 규정해, 7년 전 같은 조사에 비해 무려 12.5%포인트나 중도 진영이 늘어난 추세와는 거꾸로 가는 움직임이다. 현재 과반수가 넘는 우리나라 유권자, 즉 '선거라는 시장의 소비자'가 배타적 선명성을 갖춘 상품(정당)보다는 좌우를 아우르는 융합적이고 중도적인 상품을 선호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명한 셈이다.

이런 분명한 신호를 외면한 채 당내 극단적 분파의 압력에 굴복해 정강 정책이 좌우로 치우치거나, 편협한 이념적 선명성을 내세운 후보가 득세한다면 그 정당은 올해 두 차례 선거에서 패자의 운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영오 경제부 차장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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