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겨울 패션이 지겨울 때가 됐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많이 춥지 않은 겨울인가 싶더니 연일 계속되는 아침 최저기온 영하 10도의 일기예보. 따뜻한 게 최고라지만 매일 같이 무채색의 무겁고 두꺼운 겨울 외투로 연출하는 옷차림은 설레야 할 새해의 일상까지 지루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이렇게 옷차림에도, 생활에도 무언가 활력을 불어넣을 요소가 시급한 당신에게 계절에 관계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대표 아이템인 청바지(데님 팬츠)에 눈을 돌려볼 것을 권한다.
살에 닿는 느낌이 차갑다고?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도 다양한 요즘 청바지는 다르다. 안쪽에 얇은 기모를 덧씌우거나 발열 소재를 사용해 보온성과 맵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제품도 많다.
어쩌면 의류 신소재 개발 노력이 활발한 요즘은 겨울이야말로 청바지의 계절이다. 웬만한 겨울 외투와 다 잘 어울리고 입는 것만으로도 경쾌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서다. 특히 원조 청바지 세대인 40~50대에게도 친근한 의상이 바로 청바지다.
▦생지 청바지+파스텔 색상 니트의 기본 공식
겨울 청바지는 역시 진한 색상이 기본이다. 특히 가공 처리를 거의 하지 않은 일명 '생지' 청바지는 어떤 옷과 함께 입느냐에 따라 출퇴근 복장으로도 크게 무리가 없다.
생지 청바지는 가공 처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청바지보다 힘이 있고 색상이 깔끔하다.
겨울에 생지 청바지를 멋지게 입는 방법은 파스텔 색상이나 화사한 원색의 상의를 함께 입는 것이다. 장롱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봄가을용 파스텔톤 셔츠에 니트를 겹쳐 입고 정장 재킷을 걸친다. 청바지 컬러가 짙을수록 원색과 잘 어울린다. 이 기본 공식에 가방, 신발 등을 양념으로 활용하면 좀 더 발랄한 옷차림을 완성할 수 있다.
특히 남성의 경우 패딩 조끼를 자유롭게 활용할 줄 아는 20~30대에게 생지 청바지는 출퇴근 옷차림을 완성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는 패션 아이템이다. 요즘 20~3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울 등의 소재로 된 정장 재킷 위에 캐주얼한 패딩 조끼를 겹쳐 입는 패션이 크게 유행이다. 제인송(Jain Song) 브랜드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송자인씨는 "정장 재킷 위에 스포티한 패딩 베스트(조끼)만 걸쳐도 보온성을 더하는 것은 물론 훨씬 젊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발 선택을 신중하게 할 필요는 있겠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워커 스타일의 신발을 신으면 따뜻하면서도 활동적인 느낌을 풍길 수 있겠지만 엄격한 회사 분위기가 신경 쓰인다면 발등이 보이면서 가죽끈 장식이 있는 깔끔한 보트 슈즈를 신는 게 좋다.
여성은 생지로 된 스키니진에 밝은 색상 코트를 함께 입는 게 가장 무난한 겨울 청바지 연출법이다. 이 때 안쪽에 입는 상의와 가방을 화사한 색상으로 골라 포인트를 주면 활기 넘쳐 보인다. 또 "바지 통이 적당하게 밑단까지 일자로 내려오는 일자 청바지의 밑단을 살짝 접고 발목까지 오는 앵클부츠를 함께 신으면 센스 있어 보인다"는 게 송자인 디자이너의 조언이다.
청바지는 시대를 막론하고 젊음의 상징으로 불려 왔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청년문화야말로 청바지와 통기타로 대표되던 문화였다. 말하자면 지금의 40~50대는 청바지의 멋을 아는 세대라는 이야기다. 설사 오랫동안 청바지를 잊고 지냈다 해도 생지 청바지라면 부담스럽지 않게 도전해 볼 수 있다. 실루엣은 일자형의 기본 스타일을 선택해야 자연스럽다. 남성이라면 여기에 두툼한 폴라폴리스 소재의 상의와, 명도를 낮춘 진록색, 레드와인 계통의 모직 재킷을 함께 입는다. 벨벳이나 코듀로이 소재의 베레모를 함께 쓰면 나이보다 젊어 보이면서도 가볍지 않은 차림새가 연출된다.
▦오래된 데님 셔츠, 스커트를 옷장 밖으로
옷장 속에 몇 년은 묵혀 뒀을 큼지막한 데님 셔츠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통통 튀는 겨울 패션을 연출하는 데 유용한 아이템이다. 두툼한 스웨터와 후드 점퍼 위에 데님 셔츠를 외투처럼 걸쳐도 좋고, 여성이라면 레깅스와 함께 입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크게 유행한 무릎선 길이의 데님 소재 셔츠형 원피스를 갖고 있다면 레깅스와 함께 입어 소위 '하의 실종' 패션까지도 시도해 볼 수 있다.
남성은 데님 셔츠에 네타이를 매고 니트 조끼를 덧입으면 사무실에서도 예의에 어긋남이 없는 옷차림이 된다.
▦상급자 단계, '청청 패션'에 도전
모험적인 패션을 즐기는 패션 상급자라면 위아래를 모두 데님으로 매치한 '청청 패션'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
상하의 모두 데님으로 선택한 청청 패션은 1980년대에 크게 유행했다. 불과 2, 3년 전만 해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패션 중 하나였지만 요즘은 '청청패션'도 그리 부담스러운 스타일이 아니다. 가공 처리하는 워싱 기법이 다양해진 덕분이다. 같은 데님이라고 해도 소재나 워싱 기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상의와 하의를 모두 데님으로 입고 싶다면 우선 전혀 다른 워싱 기법으로 처리된 데님 소재들로 매치해 보자. 화이트진이나 연청색 같은 밝은 계열의 데님 셔츠와 생지 데님팬츠를 함께 입고 와인, 브라운 등 붉은 계통의 가죽 벨트를 한 뒤 군용부츠에서 유래된 굽 낮은 워커 스타일의 데저트 부츠 등의 소품으로 빈티지한 느낌을 살린다. 중성적인 느낌을 강조한 멋스러운 스타일이다.
색상이 한정적인 데님 소재 의상은 상의와 하의를 모두 한 가지 톤으로 입으면 촌스러워 보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워싱을 달리한 의상을 선택하고 벨트와 신발, 양말 등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는 게 좋다. 여성이라면 선명한 빨간 립스틱을 발라 섹시한 멋을 낼 수도 있다.
또 연청색의 셔츠를 생지 청바지와 함께 입으면 세련된 복고 스타일이 완성된다. 여기에 코듀로이 재킷이나 거친 느낌의 인조 모피 조끼를 덧입는 것도 잘 어울린다.
데님 셔츠와 단색의 브이 넥 또는 라운드 넥 니트를 같이 입는 것은 기본적인 데님 연출법이지만 요즘 한창 유행하는 노르딕 패턴이 들어 있는 니트와 입는 것은 패션 상급자 코스다. 어떤 옷과 함께 입느냐에 따라 평범한 깔끔한 스타일로도, 트렌디한 느낌으로도 연출되는 아이템이 데님이라는 이야기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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