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전투기(FX) 기종을 결정하는 주요 평가기준에서 내부무장 탑재능력이 제외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FX 기종의 우선 조건으로 적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성능을 내세우면서 스텔스의 핵심 기술인 내부무장을 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내부무장은 미사일 등의 무기를 동체 안에 장착하는 방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전투기의 내부무장 능력은 FX 평가기준에서 기술적이고 부수적인 성능으로만 고려될 것"이라며 "내부무장 능력이 없더라도 FX 기종을 선정하는 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FX 기종의 필수요건이라 할 수 있는 작전요구성능(ROC)을 검토하면서 스텔스 성능과 함께 내부무장 능력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스텔스 성능을 발휘하려면 각종 무기의 외부 노출을 최소로 줄여야 하고, 내부무장이 확실해야 스텔스 성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의 요구로 공군이 ROC를 재검토하면서 내부무장 부분을 삭제했다. 정부가 이 달 중 공개할 ROC에는 'FX 기종은 스텔스 성능을 확보하고, 포괄적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고려한다'는 수준에서 언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내부무장 부분 제외를 "업체간 경쟁을 가열시켜 도입가격을 낮추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FX사업은 8조3,000억원을 들여 최신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미 록히드마틴의 F-35와 보잉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경합하고 있다. 이 중 유로파이터는 내부무장 능력이 없기 때문에 FX사업이 미국 기업들만의 잔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ROC에서 이 부분을 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FX사업은 업체들 간에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율성을 우선하는 정부 방침에 공군이 밀렸다는 시각도 있다. 공군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FX는 무엇보다 내부무장 능력을 갖춘 스텔스기"라고 공공연하게 밝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 주체는 계약을 체결하는 방사청"이라며 FX의 조건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내부무장이라는 하나의 평가항목에 얽매여 전체 사업 추진에 지장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일 뿐 당초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 아니다"라며 "스텔스 성능은 전투기 형상이나 겉에 바르는 도료 등 다른 것으로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FX사업의 구체적인 일정도 확정했다. FX 기종은 채점표 40여 개의 항목을 기준으로 5단계에 걸쳐 평가한다. 각 항목에는 가중치가 부여된다. 정부는 17일 비공개토론회를 통해 평가항목을 결정하고, 20일 사업절차와 내용을 공고할 예정이다. 이어 30일 참여 희망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뒤 제안요청서를 교부해 6월 말 회신을 받는다. 제안서를 비교해 후보 기종을 선정하면 시험평가와 협상을 통해 전투기의 실제 능력을 확인하고, 기종결정평가위원회의 종합검토를 거쳐 11월 FX 기종을 최종 선정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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