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와 소니는 한때 세계 IT시장을 쥐락펴락했던 회사라는 점, 하지만 지금은 권좌를 내주고 굴욕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노키아는 부동의 휴대폰 1위 업체였지만 스마트폰 대응실패로 지금은 M&A매물 얘기가 나올 만큼 초라한 처지가 됐다. 소니 역시 TV에 관한 한 대명사로 불렸지만 이젠 삼성전자에 완전히 밀리고 말았다.
'영원한 위너'에서 순식간에 '루저'가 된 두 회사가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양 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2에서 각각 신제품을 내놓으며 강한 재기의지를 선보였다.
노키아는 자체 운영체계(OS)였던 심비안을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의기투합했다. 노키아는 이번 전시회에서 MS의 새 OS인 '윈도8'을 탑재한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용 스마트폰 '루미아900'을 첫 공개했다. LTE 기술을 적용한 윈도 기반의 첫 스마트폰인데다, 구글과 애플에 밀려 와신상담중인 MS와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양 사 모두 미국에서 2분기부터 판매에 나설 예정인데, 시장에선 상당한 돌풍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일본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이 합작한 휴대폰회사 소니에릭슨도 '엑스페리아 아이온'을 비롯해 2종의 LTE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소니에릭슨이 미국시장에 내놓는 첫 LTE 스마트폰인데다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OS를 탑재했고 4.6인치 화면 및 1.5㎓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채용함으로써 하드웨어 사양도 프리미엄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소니 TV, 비디오,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 등 다양한 기기와 연동이 가능해 콘텐츠를 여러 스크린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해 세계 LTE 시장은 지난해보다 120%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면서 "지금은 국내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노키아와 소니가 최대 시장 미국에서 공세를 펼친다면 판세가 만만치 않을 것"고 설명했다.
TV쪽에서도 소니가 반격 의지를 다지고 있다. 타깃은 이제 개막된 스마트TV. 소니는CES에서 새로운 버전의 구글TV(구글의 OS를 탑재한 TV)를 공개했다. 소니의 새 구글TV는 SD급 영상을 HD급으로 높여주는 엔진을 탑재했으며, 음성인식 기능도 갖췄다. 구글TV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만들고 있어, 동일한 TV를 놓고 3사는 피 말리는 기술경쟁을 펼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CEO까지 교체하며 사생결단의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면서 "아직 업체별로 뚜렷한 차별점이 없는 스마트TV에 소니가 가세하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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