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해 온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11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외환은행 인수가 임박한 시점에서 김 사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그 배경을 두고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김 사장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동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하는 데 주력해왔는데 외환은행 노조 측이 (나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느껴왔다"며 "직원들 간 싸움으로 번져 이를 해결하려면 누군가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사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오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이 같은 뜻과 함께 사의를 밝혔다. 그는 "회장께서 많이 곤혹스러워 하면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지만 결국 개인적인 희생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하나금융 2인자인 김 사장은 윤용로 부회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과 함께 김 회장의 후계자 중 한 명으로 거론돼 온 인물. 때문에 일각에선 그의 갑작스런 사의가 김 회장과의 갈등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는 "조직 내에서의 위치는 작은 것일 뿐이며 조직의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하다"며 "갈등은 결코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지지부진한 외환은행 인수 승인에 대한 당국 압박용 카드가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도 "당국 승인은 1, 2월 중에는 무조건 나게 돼 있다"며 "하나와 외환은행 간 원활한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사퇴를 결정하기 앞서 '팀을 위해서 양보하라'는 구절이 적힌 책을 읽었다"며 "연초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일이었는데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불법 계약 자체를 문제 삼아왔던 우리로서는 김 사장이 사임한다고 해서 전혀 변할 게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978년 하나금융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35년간 하나금융에 몸을 담으면서 서초지점장, 경영전략본부장, 하나은행장 등을 두루 거쳤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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