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은 자기 학교 폭력사고를 감추는 데 급급합니다.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경찰을 찾아주세요."(중부경찰서장)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석하시면 다 알 수 있는데, 바쁘셔서 그런지 참석해야 할 경찰관들이 오지 않던데요."(모 중학교 교감)
11일 서울 중부경찰서 소회의실에서 초∙중∙고교 교장들과 경찰관들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간담회에 모인 50여명의 참석자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학교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해결방안에 큰 차이를 보였다.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날 자리를 마련한 박명수 중부서장은 "가해 학생은 감출 게 아니라 드러내 응징해야 한다"며 "학교폭력이 발생해 경찰에 직접 연락하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박 서장은 "고질적인 문제인데도 그때마다 대충 넘기다 보니 일이 이 지경까지 왔다"며 "온정주의 풍토가 바람직한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경찰은 "지난해 서울지역 경찰이 3,000건의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했지만 학교에서 신고한 건수는 0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한 중학교 교감은 "학생이 사고를 쳤다고 선생님들이 어떻게 바로 경찰에 넘길 수 있겠느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관련 규정을 보면 문제의 학생은 학교의 자치위원회를 통해서 처벌하고, 위원회에는 경찰관이 참석하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참석한 경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평소엔 학교폭력에 뒷짐을 지다가 시류에 편승해 강경 대응책만 꺼내는 경찰에 대한 불만이었다.
교사들은 "경찰이 학교폭력 예방과 교육에 무게를 두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 교사는 "누가 주도적으로 학교폭력 근절에 나서야 할 지에 대해 교사는 학부모를, 학부모는 교사를, 경찰은 교사와 학부모를 꼽은 조사결과가 있다"며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한 것이 오늘의 큰 성과"라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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