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강ㆍ정책에서‘보수’표현을 삭제하려는 일부 비상대책위원들의 움직임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일단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논란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일부 비대위원들이 ‘보수’삭제 의견을 고집하고 있어서 이에 반대하는 당내 의원들과의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비대위의 ‘보수’ 삭제 움직임이 이명박 정부와의 단절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여권 분열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11일 논란은 한 비대위원이 일부 언론을 통해“정강ㆍ정책 개정안 초안에‘보수’표현을 빼는 대신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바탕, 안보 등의 내용을 그대로 담아 보수 가치를 충분히 살렸다”고 전하면서 촉발됐다. 이는 앞서 정책쇄신분과 위원장인 김종인 비대위원이 “보수라는 말을 넣느냐 안 넣느냐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보수라는 이야기를 하면 젊은 층은‘꼴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과 맞물려 파장이 확산됐다.
그러자 박 위원장과 정강ㆍ정책소위 공동위원장인 권영진 의원이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이날 “정강ㆍ정책에 관한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보수’표현 삭제에 반대하는 당내 의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권 의원도 정강ㆍ정책소위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 ‘보수’ 표현 삭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잠정 유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뭔 보따리장수들이 들어와서 주인들을 다 휘젓고 다니느냐”고 비판했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보수 표현 삭제는) 웃기는 짓”이라며 정강∙정책 개정 반대 입장을 밝힌 뒤 “제대로 된 보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여옥 의원은 “보수 정당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고 그 동안 보수의 본분을 지키지 못한 게 문제”라며 “사람으로 치면 척추를 빼 연체동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쇄신분과 위원장인 이상돈 비대위원도 “저도 보수를 빼는 것에는 부정적”이라며 “있는 것을 빼는 것과 없는 것을 넣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