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대형백화점에서 임신부를 상대로 인질극을 벌인 3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11일 낮 12시12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층 주방용품 매장에서 이모(35ㆍ무직)가 쇼핑을 하던 임신부 김모(37ㆍ주부)씨를 흉기로 위협한 채 40여분 동안 인질극을 벌였다. 경찰과 대치 도중 인질 협상 전문 경찰관이 접근하자 의자에 앉아있던 이씨가 일어섰다. 이 때 이씨의 위협이 느슨해지자 김씨가 재빨리 도망쳤고 경찰은 곧장 이씨를 덮쳐 체포했다. 이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인터넷의 '천명하였다'를 확인해봐라, 그럼 알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신 5개월째인 김씨는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지만 본인과 태아 모두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인질극 40여분 전에는 백화점 건물에서 약 200m 떨어진 코엑스 건물 지하 대형서점에 불을 질렀다. 다행히 옆에 있던 손님이 입고 있던 옷으로 불을 꺼 대형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등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미뤄 정신분열증을 앓는 것으로 보인다"며 "2010년 11월 개설한 카페에는 '너희는 각자의 마지막을 준비하라'는 표현이 담긴 '천명하였다'라는 제목의 글과 성경 구절, 습작한 그림 등 30여개의 게시물을 올려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정신병력 등을 확인하고 조사를 마치는 대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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